무대 떠난 H.O.T.·핑클·SES 연기·예능 종횡무진… ‘젝스키스’ 강성훈·이재진 사기·도박 물의도
#1. KBS ‘불후의 명곡’에서 문희준이 진행하며 출연한 가수들과 수다를 떤다. 강타는 SM엔터테인먼트 이사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은지원은 KBS ‘비타민’에서 이휘재, 박은영과 함께 진행하고 있다.
#2. SBS 주말 드라마 ‘출생의 비밀’에 성유리와 이진이 여자 주인공으로 나서 연기를 한다. 같은 시간대 방송되는 MBC 주말극 ‘백년의 유산’에는 유진이 주연으로 나서고 있다. 이효리는 21일 정규 5집 앨범 발매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가수 활동에 돌입했다.
#3. 강성훈은 사기죄로 1심에서 2년6개월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상태이고, 이성진은 지난 2011년 사기 및 도박 혐의로 기소돼 징역 1년6월과 벌금 500만원의 실형을 선고받은 뒤 대구에 내려가 요식업을 하고 있다.
#4. 신화가 17일 방송된 KBS ‘뮤직뱅크’에서 최근 발표한 11집 앨범 타이틀곡‘디스 러브(This Love)’를 부른다. 소녀시대, 2PM, 포미닛 등 아이돌그룹과 나란히 선 신화는 여전히 원조 아이돌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 대중음악계의 판도를 바꿔놓은 아이돌 1세대들의 현재의 대표적 모습이다. 1996~2002년 데뷔한 아이돌 1세대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그들에 대한 평가 작업도 활발하다.
지난해 방송돼 신드롬을 일으켰던 tvN‘응답하라 1997’은 바로 1세대 아이돌을 소재로 전면에 내세웠고, 요즘 시청자와 만나고 있는 QTV‘20세기 미소년’은 문희준, 토니안, 은지원, 데니안, 천명훈 등 H.O.T, 젝스키스, god, NRG 등 1세대 아이돌그룹 멤버들이 출연해 활동한 시절과 현재의 일상을 보여준다.
1세대 아이돌들은 현재 어떤 모습이고 이들의 대중문화적인 위상과 역할, 그리고 문화산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1996년 HOT의 등장은 단순한 아이돌 그룹의 등장이라는 의미를 넘어섰다. 한국 대중문화의 산업화를 본격화했을 뿐만 아니라 연예인을 발굴하고 육성하며 관리하는 스타시스템의 질적인 진화의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대중 트렌드 파악으로 기획형으로 만들어진 HOT의 성공은 젝스키스, SES, 핑클, NRG, 베이비복스, god, 신화, 샵, 코요테 등 아이돌그룹의 양산으로 이어졌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아이돌 1세대들은 막대한 이윤을 창출했을 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가수뿐만 아니라 연기, 진행자 등 한 연예인이 다양한 분야에서 할동하는 멀티엔터테이너와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Multi Use) 시대를 열었다. 또한 이들은 대중음악의 한류를 일으키는 진원지 역할을 하며 K-POP의 위상을 한 단계 높였다.
하지만 연예기획사의 계약 문제, 가수나 연기자로서의 경쟁력의 한계, 특정 연예기획사의 끼워넣기 캐스팅 관행 심화 등 한국 문화산업과 스타 시스템에 부정적인 영향도 끼쳤다. 물론 이같은 문제로 오랜 시간 노력과 막대한 투자가 이뤄져 만들어진 아이돌그룹이 얼마 안돼 해체를 하며 대중의 시선에서 사라지는 일이 반복됐다. 한국 아이돌그룹의 수명은 5년 안팎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1996년 HOT부터 2002년 노을에 이르기까지 아이돌 그룹과 멤버들은 현재 어떤 모습일까. 1998년 만들어진 신화는 건재함을 과시하며 그룹으로 활동을 지속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돌들은 해체의 운명을 맞았다. 한국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HOT의 경우 1996년 결성돼 2000년 해체된 이후 문희준은 예능과 가수활동을 병행하고 있으며 강타는 SM엔터테인먼트 이사, 그리고 토니안은 예능과 외식사업, 장우혁은 가수와 연기, 이재원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HOT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며 인기를 끌었던 젝스키스는 1997년 등장해 2000년에 해체된 이후 멤버 은지원만 예능활동을 활발히 할 뿐 장수원, 고지용, 김재덕, 이재진은 활동이 뜸하고 강성훈은 사기죄로 구속된 상황이다. 걸그룹의 원조로 폭발적 관심을 받은 SES의 바다는 뮤지컬 배우와 가수로, 그리고 유진은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고 슈는 결혼과 함께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상황이다. SES와 쌍벽을 이룬 핑클의 이효리는 방송과 가수활동을, 성유리와 이진은 연기자로, 그리고 옥주현은 뮤지컬 배우로 각각 연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원조 아이돌의 현황은 가수로서 활동하는 사람과 연기자와 뮤지컬배우로 전업한 사람, 연예기획사 등 연예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으로 구별된다. 물론 연예계를 떠나 외식사업이나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이들 중에는 불법도박이나 사기 등으로 이성진이나 강성훈처럼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대중의 비난을 받는 사람도 적지 않다.
원조 아이돌의 행보는 현재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아이돌 멤버들의 미래의 모습일 수 있다. 원조 아이돌의 과거와 현재에서 드러난 강점과 장점은 계속 발전시키고 문제점과 폐해는 개선해 한국 대중음악과 문화산업, 그리고 현재 아이돌그룹의 진화 기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