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주역 팬클럽]새로운 팬 문화 ‘조공’… 밥차부터 명품까지 선물

입력 2013-04-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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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현장에 도시락 보내고, 스타 부모님 선물까지 챙겨… 팬클럽 내에서 자발적 모금

유리병에 가득 담긴 종이학, 손끝에서 피어난 종이 장미, 수업 시간에 몰래 쓰던 편지와 엽서… 이제는 90년대 감성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추억들이다. 아이돌 산업의 진화와 더불어 팬클럽 문화도 진화했다. 새로운 팬문화로 떠오른 ‘조공’과 ‘총공’은 정성에 더해 물량 공세도 필요하다.

조공은 ‘종속국이 종주국에 때를 맞춰 예물을 바치던 일 또는 그 예물’이란 사전적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팬클럽 문화에서 조공은 ‘좋아하는 스타를 위한 특별한 선물’을 의미한다.

스타의 생일이나 기념일에 준비하는 선물 조공은 고가의 물품이 주를 이룬다. 명품 의류나 액세서리는 물론 아이패드나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도 단골 품목이다. 스타를 세상에 낳아준 부모님에게 감사 드린다는 의미로 부모님 선물을 따로 챙기기도 한다.

가장 많은 조공을 받는 스타는 탄탄한 팬클럽을 보유한 아이돌 그룹들이다.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 제시카는 명품 C브랜드의 가방은 물론 명품 구두, 다이아몬드 반지 등을 생일 선물로 받아 화제를 모았다. 다른 소녀시대 멤버들도 소소한 생활용품부터 명품 가방, 고가의 액세서리, 의류, 화장품 등 다양한 물품을 선물받곤 한다. 이러한 조공은 개인 팬페이지, 팬카페 등 여러 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상상을 초월하는 질과 양을 자랑한다.

조공의 규모는 가수들의 활동 기간과 일치하지 않는다. 지난해 데뷔한 그룹 EXO는 활동 5개월 만에 아이패드와 고가의 헤드폰, 브랜드 의류, 미러리스 카메라, 맥북, B사의 자전거, 오디오 등을 조공 받아 보는 이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응원 조공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돌 스타들의 브라운관 진출이 보편화되면서 더욱 잦아진 응원 조공은 보통 힘든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고생하는 제작진과 출연진을 위해 도시락과 음료수, 주전부리, 떡 등을 마련해 전달한다. 통 크게 밥차를 대령할 때도 있다. 선크림이나 핫팩 같은 계절 용품도 인기 품목이다.

스타가 예능 프로그램이나 라디오 방송 등에 출연할 때도 조공이 들어간다.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 팬들은 지난해 지드래곤이 MBC ‘무한도전’에 출연하자 제작진을 위한 간식과 ‘무한도전’ 멤버를 위한 선물을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응원 조공에는 ‘내 스타를 잘 봐달라’는 부탁의 의미가 담긴다. 또한 팬덤끼리 조공 규모를 놓고 은근한 경쟁을 벌이기도 한다.

조공은 팬들의 자발적인 모금과 참여로 성사된다. 온라인 공간에서 주도자를 중심으로 조공에 필요한 비용을 모으고, 어떤 조공을 준비할지 의논한다. 모금액을 명시하는 것은 물론 조공 물품, 구입 영수증 등을 공개하는 인증사진은 필수이다. 만에 하나 발생할 수 있는 횡령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다.

팬클럽의 위력은 조공에서 끝나지 않는다. 아이돌 팬들에게는 총공도 중요하다. 총공은 음원차트, 음악순위 프로그램, 각종 투표 등에서 ‘내 스타’의 순위를 올리기 위한 단체행동이다. 때로는 포털 사이트의 검색어를 만드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음악순위 프로그램 1위를 결정하는 음원 점수를 얻기 위해 여러 개의 아이디로 하루 종일 스트리밍을 돌리고 온라인 투표와 문자 투표에 참여하는 것은 총공의 기본이다. 바쁜 팬들을 위해 아이디와 비밀번호만 제공하면 다른 팬들이 대신 힘써주는 상부상조 정신도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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