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시장경제가 창조경제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

입력 2013-04-15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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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경제정책 방향을 ‘창조경제’란 용어에 담았다. 창조는 미래지향적이므로 감성적으론 좋게 들리지만, 구체적 방향에 대해선 혼선이 있다. 창조경제의 실상을 살펴보면, 결국 시장경제의 본질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자유주의 학자들은 시장경제는 신이 만들어준 질서가 아닌, ‘자생적 질서’라고 한다. 누구의 디자인이 아닌, 자발적 질서로서 시장경제가 지속가능한 이유는 창조개념이 묵시적으로 깔렸기 때문이다. 새로운 게 없고, 현 상태에서 구성원들 간 나누어 먹는 것이 시장경제면, 이미 시장경제는 망했을 것이다.

시장경제에서 구성원들 간 질서를 일반적으로 ‘경쟁’이라고 명한다. 일반적으로 시장경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경쟁을 제로섬 게임으로 이해하고, 나쁜 것으로 비판한다. 그러나 경쟁의 본질은 소비경쟁이 아니고, 생산경쟁에 있다. 운동시합처럼 승자와 패자로 나뉘는 것이 아니고,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상품을 창조하게 한다. 새롭게 창조되기 위해선 기존의 것은 파괴되어야 한다. 그래서 경제학자 슘페터는 이를 ‘창조적 파괴’라 하였다. 시장경제는 경쟁이란 구조 속에서 끊임없는 창조를 하고, 그에 따른 파괴도 뒤따른다.

창조적 파괴가 이루어지기 위해선 ‘성공하는 창조’가 되어야 한다. 성공과 실패를 판결하는 기준은 소비자 마음이므로, 창조하려는 사람은 소비자 마음을 읽어야 한다. 창조를 이루기 위해선 뭔가를 한다는 에너지가 깔려야 한다. 창조의 뒷면은 실패지만, 기꺼이 받아들이는 구성원들의 도전정신이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를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한국에서 ‘기업가’란 용어는 나쁜 이미지를 주므로, 기업가 정신마저 그 고유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경제도전정신’으로 번역하는 게 나을 것이다. ‘경제도전정신’은 창조를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에너지이며, 사회자본이다.

창조경제란 시장경제를 창조란 관점에서 조명한 해석일 뿐이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창조경제로 경제정책의 방향을 잡는다는 것은 시장경제의 원칙을 정부가 지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 정부는 창조경제를 앞세워 정부 주도로 창조를 강조하면, 시장경제의 본질에 어긋난다.

창조는 민간에서 이루어지지 공공부문에서 절대 할 수 없다. 창조는 경쟁 속에서 실패의 쓴맛을 아는 민간영역에서 가능하지,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공공부문에선 절대 창조적 결과물이 나올 수 없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앞세워 민간의 창조를 이끌어 낸다는 단순한 논리로 정책 방향을 잡으면 실패한다. 정부가 예산지원을 통해 민간부문의 창조를 이끌어 나간다면, 민간부문의 창조는 없어지고, 주인없는 돈을 선점하는 경쟁만 벌어질 것이다. 민간에선 창조를 통한 수익창출과 정부지원 수혜를 통한 수익창출 간에 더 이익이 있는 쪽으로 선택할 것이다. 경쟁구조 속에선 실패란 위험을 안고 ‘이윤추구행위’를 하겠지만, 정부가 예산지원을 높이면, 공짜돈 타먹는 ‘지대추구행위’에 몰두하게 된다. 경제인이 도전하지 않고 정부예산 챙기는 행정에 몰두하면, 창조는 창조될 수 없다.

창조경제를 이끄는 정부 부서는 경제제도보다는 공학적 사고를 가지고 있다. 공학적 사고를 경제와 접붙이면, 경제를 사회공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맹신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맹신과 함께 정부예산이 뒷받침되면, 창조경제는 개발시대의 경제틀을 벗어나지 못한다.

한국은 과거 개발시대를 지나면서 괄목할 만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이제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시대의 정부정책은 개발시대와는 달라야 한다. 개발시대엔 정부가 리더가 되고, 민간이 팔로어가 되었지만, 지금은 민간이 발전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성장동력인 민간부문의 경제도전정신을 키우는 역할만 하면 된다. 결국 창조경제는 어려운 개념이 아니고, 시장경제의 본질을 창조란 관점에서 해석한 것일 뿐, 성공 여부도 시장경제의 근본원리를 침해하지 않는가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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