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담합은 곧 승부조작 - 이동훈 법무법인(유)에이펙스 상임고문

입력 2013-03-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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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법무법인(유)에이펙스 상임고문
프로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우리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스포츠의 본질은 정정당당히 기량을 겨루어 승부를 가리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이유에서든지 승부를 미리 결정해 놓고 경기를 한다는 것은 관중에 대한 모욕일 뿐만 아니라 선수자신에게도 부끄러운 일이다. 한마디로 스포츠맨십을 훼손하는 짓이다.

2011년 가장 먼저 승부조작이 불거진 프로축구는 국가대표 선수를 포함한 47명이 승부 조작에 연루되어 대한축구협회와 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영구 제명 조치를 받았고 조사과정에서 선수 3명과 감독 1명이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하기도 했다.

프로배구는 지난해 2월 전·현직 선수 16명이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자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밝혀진 뒤 11명의 현역 선수들이 영구 제명되었다.

프로야구도 LG 소속 선수들이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고 승부조작에 가담해 KBO(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영구실격 처분을 받았다.

이달 초에는 강동희 전 동부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되면서 프로농구 승부조작 논란이 수면 위로 불거졌고 선수들도 개입되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의심되고 있는 상황이다.

스포츠란 선수들이 경기규칙을 지키면서 정정당당히 승부를 겨루는 행위이다. 스포츠를 시장에 비유한다면 경기를 뛰는 선수는 관중에게 즐거움을 제공하는 서비스공급자이며 이를 지켜보는 관중은 그들의 경기를 관람하는 소비자에 해당한다. 관중이 선수들의 경기를 관람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은 그들이 오로지 자신의 체력과 기술, 그리고 전술에만 의존하여 정정당당히 승패를 겨루는 스포츠 본연의 순수성에 있다. 그런데 만일 감독이나 선수, 또는 심판이 미리 정해진 어떤 각본에 따라 제 기량을 발휘하지 아니하고 승부를 조작하였다면 이는 관중을 우롱하는 행위로서 정정당당히 승부를 가리는 스포츠의 본질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시장에서의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한 공정거래제도는 종종 스포츠에 비유된다. 왜냐하면 경기장에서 선수가 경기규칙(Rule of Game)에 따라 자신의 기량을 겨루어 승패를 결정지음으로써 관중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심판이 선수들의 경기규칙 위반여부를 감시하는 것과 시장에서 경쟁사업자들이 경쟁규범에 따라 가격과 품질을 가지고 자유롭게 경쟁하며 소비자에게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고 경쟁당국이 사업자들의 경쟁규범의 준수여부를 감시하는 것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시장의 역할은 공급자에게는 가격과 품질에 의한 경쟁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도록 하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며 반대로 소비자에게는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선택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에서는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자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경쟁에서 승리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담합이란 경쟁사업자들끼리 가격과 품질에 의한 경쟁을 포기하거나 제한하기로 합의하는 것이므로 그 폐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즉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공급자들 간의 경쟁의 결과로 소비자가 향유할 수 있었을 값싸고 질 높은 상품이나 서비스 대신에 값비싸고 질 낮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담합은 스포츠 경기에서 실력에 따른 승부를 배제하고 미리 약속된 대로 승부를 내는 승부조작과 다를 바 없다.

스포츠에서 승부조작이 드러나자 너도 나도 그럴 수가 있느냐며 경악하고 있지만 그동안 시장에서의 담합이 끊임없이 적발되어도 이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의당 그러려니 하는 정도이다. 우리 사회 도처에 담합이 만연되어 있어서 우리 국민은 아예 담합불감증에 걸린 것일까?

진실로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경제의 근간인 시장에서 기업 간의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경쟁력 있는 기업이 승자가 되는 시장, 승부조작이 없는 공정하고 자유로운 시장이 확립되어야만 우리 경제의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소비자가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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