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의 재형저축 유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당국이 마케팅 활동을 규제하는 등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의 재형저축 마케팅 과열 조심은 지난 5일 은행연합회가 시중은행의 재형저축 금리를 발표하면서 예고됐다. 몇몇 은행이 이미 발표된 재형저축 금리 재조정을 하면서 은행간 금리 경쟁이 벌이진 것이다.
특히 외환은행은 이날 기본금리(연 4.0%)와 우대금리(0.3%포인트)에 선착순 20만좌에 대해 별도의 특별금리 0.3%포인트를 제공하는 특별판매를 하겠다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금융당국은 불필요한 경쟁을 불러올 수 있다며 불허 입장을 전달해 2시간 만에 특별금리 제공 방침을 백지화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재형저축 마케팅 경쟁은 금융투자업계까지 확산되고 있다. 4대 금융지주 중 재형저축 판매 할당량이 높게 설정된 일부 은행들은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계열 자산운용사에 단체 가입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형저축은 가입 금액에 대한 한도는 있지만 계좌 수 한도는 따로 설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가입조건을 충족하는 사람이면 월 가입액 1만원 이라도 가입을 강요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 은행들은 대부분 펀드매니저나 리서치 인력 등으로 연봉 수준이 높다는 점을 간과했다. 재형저축 가입 대상은 총 급여액 5000만원 이하인 근로자와 종합소득금액이 3500만원 이하인 자영업자로 제한하고 있어 자산운용사 직원 대부분이 가입 대상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1일 재형저축 유치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은행권 수석부행장을 급히 소집했다. 금융당국은 재형저축에 대해 마케팅 활동을 지제토록 통보하고 향후 불법적인 영업행위가 적발되면 엄중 조치 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문제는 상호금융, 저축은행 등 경영여건이 부실한 2금융권이 과열 경쟁에 뛰어 들고 있다는 것. 2금융권의 경우 오는 7월 부터 건전성 분류, 대손충당금 적립 기준이 은행 수준으로 강화되는 만큼 손실흡수 능력을 높여야 할 시점이기 때문에 재형저축의 과열경쟁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소비자들이 재형저축의 단점도 명확히 알고 가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민은행은 재형저축 가입 후 1개월 이내에 해지하면 0.1%의 금리만 적용한다. 1개월 이상 3년 이내에 해지하면 기본금리 4.2%의 절반에 경과월수를 36개월로 나눈 값을 곱한 것을 해지 이자로 준다.
우리은행은 가입기간 3년 이내에 해지하면 일반 적금의 중도해지 금리만 제공한다. 3년 이상 7년 이내의 경우 기본금리를 적용하지만 우대금리는 적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은행의 우대금리 제공 조건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급여통장 개설이나 재형저축 자동이체 신청, 주택청약저축 가입, 일정 규모의 신용카드 실적 등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게다가 은행들 중 상당수는 3년 이후 우대금리 제공을 약속하지도 않았다. 7년 이내 해지하면 그 동안 감면받은 이자소득세도 모두 추징되고 금리 등 더 유리한 타금융사로 이전도 불가능하다.
문제는 또 있다. 3년만 고정금리이며 이후에는 변동금리가 적용돼 현재 4.6%(우대금리 포함)까지 주는 재형저축 금리는 3년 후 기준금리에 따라 3% 이하까지 낮아질 수 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지난해까지 판매한 장기주택마련저축(이하 장마저축)을 사례로 들고 있다. 장마저축은 가입 후 7년을 유지해야 비과세 혜택을 준 것과 대부분의 은행이 초기 3년은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를 채택하는 등 현 재형저축과 닮은 점이 많다.
장기주택마련저축의 최초 금리는 시중은행 적금금리보다 약 1% 높은 금리를 적용했다. 그러나 3년 이후 금리는 적금금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은 곳도 있었다. 즉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초기 3년의 높은 금리를 미끼로 사용한 것이다.
그러나 장마저축을 사례를 보더라도 7년 이상 만기까지 유지한 비율은 20% 가량에 불과했다. 만기까지 유지한 사람들도 중도 해지할 경우 그 동안 감면받은 세금을 추징당하기 때문에 울며겨자 먹기 식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재형저축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상품 그 자체의 매력보다 어쩔 수 없이 유지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가입에 신중하라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