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면수의 稅상속으로] 제 손톱 밑 가시 안 빼는 국세청

입력 2013-03-05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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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하불명(燈下不明)이라는 말이 있다. 먼 곳에 있는 일보다 제 앞의 일에 오히려 더 어둡다는 뜻이다.

국세청은 최근 국세청 내부 인트라넷에 ‘손톱 밑 가시 뽑기’라는 코너를 신설해 운영해 나가기로 했다.

5일 국세청에 따르면 ‘손톱 밑 가시 뽑기’는 납세자들의 불편이나 불만을 야기하는 사항을 찾아서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자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 인수위원들에게 '손톱 밑 가시'라는 비유를 들어 중소기업과 서민층의 경영과 생활에 어려움을 해소하는 방안들을 정부가 주도적으로 찾아 개선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한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납세자 입장에서 보면 참으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납세자들은 오래지 않아 현재 보다 더 나은 세정환경을 경험할 것이고, 과세당국에 대한 신뢰도 또한 높아질 것이다.

이처럼 납세자의 불편·불만 해소에는 적극적인 국세청이 정작 제 손에 박힌(?) 가시를 뽑는 것에 대해서는 인색하다. 엄밀히 말하면 시대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국세청의 독특한 인사문화인 '명예퇴직' 제도다. 명퇴제는 서기관급(4급, 세무서장급) 이상 간부들이 정년을 2년 앞두고, 현직에서 물러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른 부처에서는 이와 유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국세청 조직 특성상, 인사적체 해소를 위한 고육지책이자, 후배들에게 승진 길을 열어주긴 위한 선배들의 ‘아름다운 용퇴’로 대변됐던 명퇴제. 이제 이를 바라보는 직원들은 득 보다 실이 더 많은 애물단지 제도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경험 많고, 능력 있는 간부들을 명퇴제라는 명분 아래 ‘강제퇴직’시키는 것은 오히려 국세행정에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조직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또한 비약적인 의학 발전과 평균 수명 상승 등으로 한창 일할 나이의 사람들에게 명퇴를 종용하고, 은퇴 후 불안한 미래를 안기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

아울러 급변하는 시대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이를 반영하지 못하면 국세청은 결국 시대의 낙오자로 전락하고 만다. 국세청이 보다 나은 선진세정으로 나아가려면 손톱 밑 가시와도 같은 ‘명퇴제’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하고 싶은 이들에게 좀 더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왈가왈부할 사람은 없다. 그것도 국가공무원법상 규정된 60세 정년을 원칙대로 고수하는데 누가 토를 달겠는가.

문제는 공무원 정년이 법으로 규정됐음에도 이를 지키지 않는 국세청의 암묵적 조직문화다.

자신의 손(?)에 박힌 가시는 정작 빼내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남의 손에 박힌 가시를 제대로 빼낼 수 있겠는가. 명퇴제에 대한 국세청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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