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퀘스터 발동애 세계 경제 불확실성 확대

입력 2013-03-02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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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까지 총 850억 달러 감축…절반 이상 국방부 예산

미국의 연방정부 지출 자동삭감인 ‘시퀘스터’우려가 현실화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의회지도부는 1일(현지시간) 막판 협상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시퀘스터가 발동됐다고 미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시퀘스터가 발동되면 미국 정부는 오는 9월 말로 끝나는 2013회계연도에 총 850억 달러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460억 달러가 국방예산으로 세계 최대 군사대국인 미국의 군 전력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척 헤이글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국방예산 삭감은 군사 훈련과 대비태세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면서 “군의 임무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협상 결렬이 이미 예상됐던 시나리오여서 충격은 제한적이지만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에 ‘불확실성 확대’라는 최악의 악재가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지난 수년간 예산안과 연방정부 부채한도 증액·재정적자 감축 방안·세금 인상 등을 놓고 끊임없이 대치를 거듭한 미국 정치권이 이번 협상에서도 타결점을 찾지 못하면서 국민의 비난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백악관과 의회는 지난 2011년 8월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예산관리법(BCA)에 따라 앞으로 10년간 1조2000억 달러의 재정지출을 자동 삭감하기로 합의했다.

2013년 회계연도에는 국방비 460억달러와 교육·수송·주택건설 일반예산 390억달러 등 850억달러를 감축해야 한다.

삭감되는 부문은 일반적인 연방정부 사업비용인 ‘재량적 지출’이다.

이에 따라 메디케어(노인 의료보장)·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장)·정부부채 이자 등은 삭감 대상에서 제외된다.

삭감액인 850억달러는 올해 전체 연방예산 3조6000억 달러의 2.4%에 그친다.

이로 인해 미국 정치권이 지난해 12월 재정절벽(fiscal cliff) 협상 때만큼 절박하게 나오지 않은 이유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백악관은 시퀘스터로 인해 국방 관련 사업 예산의 13%, 비국방예산의 9%가 감축된다 고 밝혔다.

주당 1500~2000명으로 추산되는 국방부의 민간고용이 동결되고 일시 해고 대상만 4만6000여명에 달한다.

전국에 산재한 국방부 관련 시설의 개축·보수 관련 예산 가운데 100억 달러 이상이 감축되는 것은 물론 전투기 비행시간이 줄어들고 무기개발 프로그램도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시퀘스터가 발동되면 미 연방항공청(FAA) 직원 4만7000여명이 무급휴가를 떠나야 한다. 세관과 국경경비대, 연방교통안전청(TSA) 직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공항이나 항구에서 승객들이 줄을 서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무급 휴가자에게는 최소 1개월전에 통보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항 등의 운영 차질은 4월부터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농무부는 육류검사 직원 8400명이 무급휴가를 가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육류 공급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방수사국(FBI)과 연방검찰 검사·사회보장국 직원·국세청(IRS)·식품의약국(FDA)·질병통제예방센터(CDC)·연방재난관리청(FEMA)·국립공원관리청 등에서도 직원들이 무급휴가를 가야해 사실상 모든 분야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국민 불편이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시퀘스터가 한국이나 일본에 주둔하는 미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유사시 한국 방어를 위한 작전연습인 한미 ‘키 리졸브(KR)’ 연습은 예정대로 오는 10일부터 21일까지 2주간 실시된다. 주한미군 순환(로테이션) 준비도 계속 진행된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의 미군 재편성 계획이 일부 변경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분담 확대 요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물리적인 영향보다도 시퀘스터 논란으로 인해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설명이다.

국내 증시 등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지만 불확실성이 추가되는데다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어 국내에서도 기업투자와 소비위축 등의 파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공화당은 엄청난 예산이 투입되는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등을 중심으로 한 사회보장 과 각종 공제 프로그램을 손질해 재정적자를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은 부유층과 기업을 상대로 한 세금 인상을 통해 세수입을 증대해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에는 반대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광범위하게 지지를 받는 저소득층 등을 위한 프로그램에 대한 지출을 감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세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기업이나 부유층의 탈루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은 내년 말 중간선거를 겨냥해 전통적 유권자층의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정치권은 결국 타협안을 마련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시퀘스터를 재앙이라고 언급한데다 공화당은 계속 타협을 거부할 경우 정치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지출삭감과 관련한 합의점을 찾더라도 앞으로 넘어야 할 위기는 산 넘어 산이라고 일각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의회가 일단 6개월 동안만 적용하기로 의결한 2013년 회계연도 잠정예산안 기간이 오는 27일 종료해 그전에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연방정부가 문을 닫아야 한다.

정치권이 5월18일까지로 미뤄놓은 국가 채무 한도를 재조정하지 못하면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에 빠지는 것은 물론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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