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터뷰] 루시드폴 "글을 쓰면서 음악이 더 편해졌어요"

입력 2013-02-1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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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깊은 밤, 그의 이야기를 듣는다. 창 밖에 조용히 함박눈이 쌓이듯 꾸밈없는 속내가 가슴 속에 차오른다. 화려한 기교 없는 솔직한 말솜씨가 밤을 더욱 편안하게 만든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만난 루시드폴(본명 조윤석)은 자신의 음악과 꼭 닮아 있었다. 잔잔한 음률처럼 조근조근 이어지는 그의 말을 들으며 아늑한 분위기에 푹 빠져 들었다.

▲사진제공=안테나뮤직

오는 4월 한 달 동안 ‘목소리와 기타 2013-다른 당신들’ 공연이 열릴 종로의 반쥴 로프트는 여느 공연장과 다른 특별한 곳이다. 그는 이 곳을 ‘미스테리한 공간’이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함께 공연했던 피아니스트 조윤성 덕분에 아주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이 곳은 아담한 크기부터 그가 좋아하는 광화문·종로 일대에 자리잡은 위치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특히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의자가 어떠한 규칙도 없이 배열된 점이 좋았어요. 사람들이 편하게 와서 공연을 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주위는 빌딩숲의 삭막한 환경이지만 그곳만은 별세계에요. 보자마자 ‘여기서 하면 재밌겠다’고 생각했죠.”

루시드폴은 공연과 함께 작은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아직 무엇을 전시할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색다른 시도란 사실은 분명하다. “로프트에서 한 층 올라가면 작은 규모의 전시 공간이 나와요. 아마 공연을 찾아주신 분들이 시간을 보내기 좋을 거에요.”

공연이 끝나면 곡 작업에 들어가서 올 가을에는 새 앨범을 선보일 계획이다. 팬들은 그의 음악과 함께 호흡한다.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2년이란 시간 동안 쌓인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다.

그는 자신을 ‘착한 아티스트’라고 표현하며 살풋 웃었다. “지금까지 언제 하겠다는 약속은 다 지켰어요. 요즘은 싱글 단위로 (가요계가)움직이지만, 저에게는 10여곡이 빼곡하게 담긴 앨범에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사진제공=안테나뮤직

루시드폴은 지난해 5월부터 진행한 케이블채널 MBC뮤직의 음악 프로그램 ‘리모콘’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다른 음악 프로그램과 달리 한 회에 한 아티스트만 등장하는 ‘리모콘’은 관객 없이 진행된다. 대신 브라운관 너머의 관객들에게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라이브 못지 않은 사운드와 퀄리티를 선사한다.

“전 방송인이 아니에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 제안이 들어와도 대부분 거절하고요. 하지만 ‘리모콘’이라면 저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어요. 영국의 ‘애비로드 라이브’(Live from Abbey Road)같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는 제작진의 의욕도 굉장히 강했고요. 언젠가는 내한하는 아티스트들이 한 번씩 거쳐가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얼마 전 루시드폴은 첫 소설집 ‘무국적 요리’를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 안에서 풀어내는 데에 한계를 느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노래의 틀에 우겨넣으려다보니 넘치던 이야기를 글로 옮겨서 표현하게 된 것이다. 글을 쓰면서 오히려 예전보다 곡을 편하게 쓸 수 있게 됐다. 다른 일을 하면서도 음악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지금은 에세이, 시, 소설 세 가지 형태의 글을 쓰고 있다.

“글 쓰는 사람은 펜과 종이만 있으면 충분해요. 음악은 근사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찾을 수 있지만 글은 다르죠. 기댈 곳이 없기 때문에 그만큼 무한대로 자유로워요. 그러다 생각지도 못하게 소설이란 형태가 튀어나왔어요.”

그는 ‘물고기 마음’이란 사이트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한다.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지만 최대한 가까이 가고 싶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음악을 하는 사람(루시드폴)과 듣는 사람(팬)이 만나는 공간이다. 사람을 향한 그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곳이다.

“낯선 바다는 두렵고 무섭지만 고향 부산의 바다처럼 친근한 바다는 너무 좋아요. 선뜻 모든 사람이 좋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사람에 대한 믿음은 있어요.”

▲사진제공=안테나뮤직

4월 2일부터 28일까지 하루에 한 차례씩 펼쳐질 이번 공연은 세트리스트도, 대본도 없다. 그래서 살아 숨 쉬는 생명체처럼 매일매일 달라진다.

“그날 그날 생각나는 이야기들을 들려드릴게요. 어쩌면 갑자기 생각난 곡을 부를 수도 있겠죠. 이번 공연은 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가장 편하게 보여드리는 자리가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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