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의 스캔들은 터져 나오자 치면 막을 도리가 없다. 문제는 ‘우결’이 지닌 한계다. 가상 결혼을 기본 포맷으로 하고 있는 탓에 출연자들은 첫 만남의 설렘부터 프러포즈와 결혼, 결혼 생활, 가족, 심지어 스킨십까지 완벽하게 연출된다. 누가 연기를 더 잘 하느냐 못하느냐의 차이일 뿐이다. 프로그램 밖에서도 부부 행세를 하며 리얼리티를 추구해야 하는 출연자에게 스캔들은 외도와 다름없다. ‘가상’이라는 포맷에 ‘리얼리티’를 결합한 아이러니다. 또한 프로그램이 통째로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배신감은 크다. 이에 대한 분노는 자연스럽게 출연자의 하차로 이어진다.
오연서와 이준이 갑작스럽게 하차한 것에 대해 오연서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철저하게 프로그램 안에서만 부부행세를 하든, 출연자 사생활 관리에 보다 적극적이었든 프로그램은 애초 이 같은 사태에 대한 장치가 마련됐어야 한다. ‘우결’이 출연자의 스캔들로 논란이 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 때마다 모든 비난과 짐은 출연자가 지고 프로그램을 떠났다.
오연서와 이준의 하차가 더욱 씁쓸한 것은 오연서와 이장우 열애설 한 달 동안 어떻게 해서든 프로그램을 끌고 가보고자 하던 제작진의 노력(?) 탓이었다. 열애설 당시 열애 사실을 인정하는 듯 했던 오연서 측은 곧 바로 “아직 연인이라고 하기에는 어려운 단계”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잽싸게 ‘우결’ 제작진은 “오연서 측이 열애설이 사실이 아니라고 했기 때문에 오연서와 이준의 하차는 없다”는 자료를 통해 열애설 무마 시도를 했다. 결국 이준이 자신의 팬 카페에 올린 “내가 로봇인가? 누굴 위해 계속? 참을 만큼 참았고 나에게도 의견이라는 게 있는데. 그 누가 진심으로 사과한 적은 있나? 눈에 보이게 속이는 것도 죄송스럽고, 난 사람이니까 눈에 보이는 거짓 연기 못함”이라는 글 때문에 제작진은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버틸 만큼 버티다가 더 이상은 어려울 것 같은 시점에서의 하차, 때 늦은 이별인 탓에 뒤끝이 개운치 않은 것이다.
빈번한 진정성 훼손 탓일까? ‘우결’은 시즌 1과 2의 두 자리 수 시청률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즌3, 4에 이르러서는 5%를 겨우 넘는 성적을 유지하는데 그친다. 예능프로그램 시청률이 전반적으로 저조한 MBC에게 한 자리 수 일지언정 5%를 넘는 시청률 프로그램은 그나마 효자라는 판단에서일까. 보는 이도, 출연하는 이도 더 이상 믿지 않고, 감동하지 않는 가상 결혼 생활… 더 늦기 전에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