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문 피해자 사진유출’ 고소사건에 연루된 검사가 31일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현직검사가 경찰의 소환조사를 받은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그동안 경찰이 검사에게 소환 통보를 한 적은 있었지만 검사가 실제로 경찰서에 출두해 조사를 받은 적은 없었다.
수도권 지검 소속인 K검사는 이날 오후 6시30분께 서울 서초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2시간30분가량 조사받고 귀가했다.
K검사는 피해자 사진을 최초로 유포한 것으로 알려진 검찰 실무관 J씨에게 사진을 구해오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사진을 가져오라고 지시한 것만으로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이밖에도 피해자의 인적정보를 취득한 경위, 개인정보를 조회해 J실무관에게 전달할 권한이 있는지 등을 캐물었다.
지난주 소환을 통보받은 K검사는 경찰과 출석날짜를 조율하다 이날 조사에 응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K검사는 경찰 진술에서 “실무관에게 사진을 구해오라고 한 것은 맞다”면서도 “직무권한 내에서 조회한 것이라 문제되지 않는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결과 J씨는 A4용지에 피해자 사진을 넣은 다음 이를 인쇄해 K검사에게 전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K검사는 이후 경찰의 ‘전자수사자료표(E-CRIS)’ 시스템에 직접 접속해 한 번 더 사진을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K검사는 조사가 끝나자 1층 현관에 몰려 있던 취재진을 따돌리고 오후 9시30분께 승용차 편으로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경찰은 또 사진을 검찰 내·외부 6명에게 유포한 것으로 전해진 수도권 지검의 P검사에 대해서도 소환조사 여부를 저울질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P검사도 불러 조사해야겠지만 민원 고소사건이라 강제소환이 어려운 측면이 있어 소환시점을 잡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성추문 검사’ 사건의 피해자 A씨 측 변호인은 지난달 28일 “사진 유포자를 찾아달라”며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수사 착수 1주일 만에 사진 유포 의심자로 검사와 수사관 등 24명을 지목했고 검찰은 자체 감찰 결과를 전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 감찰본부는 지난 13일 사진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K, P 검사 등 검사·검찰직원 6명의 명단을 경찰에 통보했다.
이어 수도권 지검 실무관 J씨와 N씨가 각각 최초 유포자, 최초 외부 유출자로 확인됐다며 모두 14명의 명단을 추가로 넘겼다.
감찰본부는 J실무관이 K검사의 지시를 받아 E-CRIS 시스템에 접속, 유출한 피해자 사진을 다른 수사관과 실무관 13명에게 단계적으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사진을 마지막으로 전송받은 N실무관은 검찰 내부망에 접근할 수 없는 공익법무관에게 스마트폰 대화방 ‘카카오톡’으로 이 파일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N실무관은 지난 24일 경찰조사에서 이 같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