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세 할머니, 미용사로 ‘제2의 인생’

입력 2012-12-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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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태석 할머니 “공부와 훈련시간은 새로운 삶의 즐거움”

▲71세의 나이로 미용사 자격시험에 최고령 합격한 서태석 할머니는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새로운 삶의 즐거움'이었다고 말했다.(사진=한국산업인력공단)
“나이 들어서 무슨 자격증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지난 8개월 동안의 공부와 훈련 시간은 나에게는 새로운 삶의 즐거움이었으며, 지금도 내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삶에 대한 희망을 주었어요.”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6일 발표된 미용사(일반) 자격시험에서 경기 용인시에 살고 있는 71세 서태석 할머니가 최고령으로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고 12일 밝혔다. 다양한 연령층에서 응시하는 미용사(일반) 자격의 평균 합격 연령은 29세. 하지만 해당 분야의 특성상 70세 이상의 합격자는 드문 일이다.

주인공 서태석 할머니는 작년 12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무기력하게 지내다 올해 4월, 딸의 권유로 학원에 등록해 미용기술을 배우게 됐다. 하지만 체신부 산하 전화국에서 2년간 근무한 사회경험이 전부인 할머니에게 자격증 취득은 쉽지 않았다. 필기시험은 시작한 지 1개월 만에 첫 시험에서 합격했지만 평생 살림만 해온 할머니에게 실기시험은 어려웠다.

오랜 살림으로 굵어진 손마디로 머리카락을 쉽게 잡기가 어려웠고 순발력도 젊은 사람에 비해 떨어져 퍼머롤 59개를 35분 안에 완성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4번의 실기 시험에서 연이어 불합격하자 주위에서는 그만하라는 사람들이 생겼지만 할머니는 ‘이 나이에 포기한다는 것은 모든 걸 포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학원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며 훈련에 몰두한 끝에 합격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할머니는 마지막 실기시험에서는 속눈썹을 붙이는 손이 떨리고 퍼머를 할 때 무릎을 꿇고 시험을 치룰 정도로 체력이 바닥났었다고 했다.

서태석 할머니는 “평소 훈련한 대로 침착하게 시험에 임했을 뿐인데 이렇게 빨리 자격증을 취득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며 “배움에는 늦음이란 게 없다는 말을 나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이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합격 소감을 밝혔다.

이어 “평소 교회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머리 손질 한번 하기 어려운 분들을 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는 생각에 자격증 취득에 도전했다”며 무료로 어려운 분들의 머리를 손질하고 어르신들에게는 마을 사랑방이 될 수 있는 미용실을 개원하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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