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이동훈 법무법인(유)에이펙스 상임고문 "장궁(張弓)의 정치를 바란다"

입력 2012-11-29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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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는 도덕경 제77장에서 “천지의 도는 장궁과 같다(天地道其猶張弓:천지도기유장궁)”고 했다. 여기서 장궁이란 활을 만드는 과정에서 활에 시위줄을 거는 마지막 작업이다. 아무리 활을 잘 다듬어서 만들었다 하더라도 장궁의 단계에서 시위줄을 활에 걸어 보면 활의 모양이 완벽하지 못하고 튀어나온 부분과 들어간 부분이 있게 마련인데 이 때 튀어나온 부분은 밀어넣고 들어간 부분은 밀어내어 완벽한 활 모양을 만드는 과정이 바로 장궁이다. 천지의 이치는 이와 같이 넘치는 부분은 덜어내고 모자라는 부분은 보충하여 균형을 유지하게 한다는 말이다.

자연을 살펴보면 이 말이 얼마나 멋진 말인지 알 수 있다. 자연이 변해가는 과정이 바로 넘치는 것은 줄이고 부족한 것은 채우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면 시원한 가을이 오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따뜻한 봄이 온다. 가뭄 끝에는 비가 오고 장마가 지나면 햇볕이 난다. 바람이 부는 것도, 새잎이 나고 낙엽이 지는 것도, 구름이 생기고 비가 오는 것도,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도, 낮은 부위의 나뭇가지가 죽고 위에서 새 가지가 돋는 것도 모두가 넘치는 것은 줄이고 부족한 것은 채우는 것에 다름 아니다.

자연은 이러한 방법으로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여 아름답고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화가라 할지라도 자연처럼 아름다운 풍경을 그려낼 수 없고, 아무리 훌륭한 정원사라 할지라도 그냥 내버려둔 자연의 아름다움을 흉내 내지 못한다. 가지가 부러진 나무도 내버려 두면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스스로 변해간다.

이제 다음 달이면 향후 5년 간 최고의 정치권력을 행사할 새 대통령이 선출될 것이다. 정치란 무엇인가? 나는 “정치는 장궁과 같아야 한다(政治其猶張弓)”고 생각한다. 정치권력이란 유권자인 국민으로부터 국민을 위해 쓰라고 부여된 것인 만큼 사회 각 분야에서 넘치는 곳을 줄이고 부족한 곳을 보충하는 것이야 말로 정치의 요체가 아니겠는가?

이번에 선출될 새로운 대통령이 이처럼 장궁의 정치력을 발휘한다면 우리나라는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새 대통령에게 기대하는 장궁의 정치는 다음과 같다.

첫째, 우리사회 각 분야에서 일어나고 있는 갈등을 해소하여 사회통합을 이루어야 한다. 뿌리 깊은 영·호남 지역 간의 갈등, 산업화와 고령화가 초래한 세대 간의 갈등, 중앙과 지방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지연,학연 등 인맥에 의한 인사에서 벗어나 탕평인사를 실시하고 동서·도농간 지역균형개발을 해야 할 것이며 이른바 고소영,영포라인과 같은 말이 또 다시 나오지 않게 해야 한다.

둘째,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산물인 소득계층 간의 갈등, 대·중소기업 간의 갈등을 줄이고 중산층을 늘여야 할 것이다. 경제민주화는 부의 대물림 차단, 대기업의 중소기업의 인력·기술탈취 방지, 협력업체에게 제값주기, 재벌기업의 부당내부거래 엄단이 핵심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고 또 소비자의 선택이 기업의 경쟁력을 이끌어 내는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경제가 뿌리내리도록 해야 할 것이다.

셋째,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이들이 국가발전에 차별없이 기여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한 국가의 발전은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남과 북이 대결과 반목에서 벗어나 우리 민족의 염원이자 숙원과제인 통일을 향한 길을 열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국은 물론 미국,유럽 등 외국과의 갈등을 해소하고 상호협력할 수 있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한 국가의 지도자는 하늘이 낸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그 시대의 요구에 부합하는 역량을 갖춘 자가 지도자가 된다는 말이다. 따라서 안철수 후보의 사퇴로 양강구도가 된 이번 대선에서는 이 시대의 요구인 장궁의 정치력을 갖춘 후보가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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