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며 여윳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사람들의 시선이 주식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그렇지만 최근 주식시장이 등락을 거듭하고 있어 처음 주식을 접하는 사람들은 위험부담을 낮추기 위해 자연스레 증권사 추천종목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각 증권사들이 자신있게 추천하는 MP 실적이 코스피 수익률에도 못 미치는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19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은 최근 6개월간의 코스피와 증권사 모델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비교했다. 결과 증권사 모델포트폴리오의 평균 수익률은 -1.41%로 코스피 수익률 -1.49%에 비해 겨우 0.08%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22개 증권사의 모델 포트폴리오 중 코스피 수익률 -1.49%보다 나은 실적을 거둔 곳은 9 곳에 불과했다. 즉 모델 포트폴리오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만이 코스피 수익률보다 나았다.
코스피200과의 비교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같은 기간 코스피200의 수익률은 1.56%인데 반해 증권사들 평균은 1.63%로 차이는 0.07% 였다. 증권사 중 코스피200 수익률을 앞선 곳은 코스피와 마찬가지로 22 곳 중 9 곳에 불과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증권사의 추천 포트폴리오를 믿고 투자했더라도 시장 수익률에 겨우 근접하거나 나머지 절반 이상은 추천한 종목에 투자했다가 손해를 봤다는 얘기다.
증권사 전체 MP 수익률이란 22개 증권사의 모델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모든 종목을 증권사들이 제시한 비중에 맞춰 하나의 포트폴리오로 구성해 측정한 것을 말한다.
MP는 증권사들이 발표하는 추천종목 구성군으로 구성종목과 편입비중을 명시하고 있다. 거시경제지표나 업종현황, 개별기업의 시가총액비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익이 날 만한 종목들에 얼마만큼 투자할 것인지를 제시한 것이다.
증권사별로는 NH농협증권이 7.65%로 가장 우수한 수익률을 보였다. 이어 신영증권(계량)이 6.37%, HMC투자증권(2.68%), 이트레이드증권(1.85%), 키움증권(1.82%), 대신증권(-0.35), 삼성증권(-0.55%), KTB증권(-1.19%)도 코스피 수익률을 웃도는 성적을 보였다.
반면 대우증권은 -1.23%로 코스피 평균치보다 못한 수익률을 거뒀고 교보증권(-6.94%), 한국투자증권(-6.98%), 신영증권(정성형·-7.49%) 등은 비교 증권사 중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둔 MP와 가장 부실한 성적을 거둔 MP의 수익률은 15% 이상 차이가 났다.
눈에 띄는 대목은 가장 낮은 수익률을 거둔 신영증권(정성형)은 비교 증권사 중 가장 적은 18개 종목을 운용했다.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둔 NH농협증권은 비교 증권사 중 두 번째로 적은 20개 종목만을 운용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는 점이다.
신영증권은 지난 5월부터 계량적 기준의 MP 외에 정성적 기준의 MP를 추가로 제시하며 스타일을 바꿨지만 새로 추가된 모델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처럼 시장 수익률에 비해 증권사 MP 실적이 부진한 것은 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보인다.
제로인 관계자는 “최근 특정 업종과 대형주 위주로 시장이 편중되면서 이를 반영하지 못한 증권사는 수익률이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시장의 영향으로 국내 시장 역시 침체된 상황에서 증권사들은 손실을 피하기 위해 공격적이기 보다 방어적으로 투자를 운용했다. 결국 이런 이유로 코스피에 비해 저조한 수익률을 나타냈다는 해석이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시장 자체가 MP로 수익내기에는 힘든 시기였다”면서 “주도주가 없는 상황에서 개별 종목들의 급등락이 지속되다 보니 몇몇 종목만으로는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기도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시장 대응이 힘들다 보니 방어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게 되고 이는 시장 수익률을 따라가기도 힘든 상황들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올 들어 대외 변수에 따라 출렁이는 가운데 증권사 전문가도 마땅한 종목 추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런 장세에서는 차라리 시장 지수를 추종하고 비용이 저렴한 인덱스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관심을 가져볼만 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