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채권은행 회의…연쇄도산 가능성 커져
내년부터 부실 징후를 보이는 기업에 대해 상시 구조조정을 실시한다. 경기침체 장기화로 기업의 연쇄도산 가능성이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기존의 정기적 구조조정보다 강도 높은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 여신담당 임원들과 회의를 갖고 은행권과 감독당국이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선제적인 구조조정과 자금지원을 하는 상시 구조조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회의를 주재한 이기연 금감원 부원장보는 “정기적인 신용위험 평가 기간이 아니더라도 수시로 신용위험을 평가해 지체없이 기업 구조조정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지금까지는 채권단이 매년 한 차례씩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대한 정기 신용위험 평가를 하고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하반기에 구조조정 대상을 정했다.
하지만 깊어지는 경기불황으로 기업경영에 대한 위기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면서 금감원은 ‘기업부실 확대 대응방안’을 마련, 선제적인 신용위험 평가와 상시 구조조정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에 금감원은 이번주부터 신용평가사와 함께 점검반을 꾸려 채권은행들의 기업 구조조정 실태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 부실이 점차 늘어날 조짐에 대비해 구조조정, 중소기업 자금지원,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종합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이 같은 상시 구조조정을 실시하기로 결정한 것은 악화된 각종 지표 때문이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보여주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9~10월 기업의 업황BSI는 68로 2009년 3월 58 이후 가장 낮았다. BSI가 100에서 멀어질수록 기업심리가 나쁘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금사정BSI는 지난 80을 기록하며 2009년 3월 74 이후 최저 수준이다.
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지난해 상반기 18.6%에서 올해 상반기 9.7%로 절반으로 급감했고 매출액 순이익률도 6.3%에서 4.5%로 떨어졌다.
영업을 통한 수익으로 빚 조차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도 늘고 있다. 상장기업 가운데 한계기업 비중은 2010년 말 14%에서 올해 6월 말 18%로 증가했다.
금감원은 신용위험 평가 결과 재무구조개선(워크아웃) 대상으로 분류된 C등급 기업은 채권 회수보다 자금 지원을 먼저할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 리스크관리에 나선 은행들이 채권 회수에만 몰두해 나머지 구조조정이 파행을 겪는 사례가 많이 발생하고 있는 탓이다.
이 부원장보는 “은행은 채권 회수 위주의 워크아웃을 하고 채권을 다 회수하면 지원을 중단하는 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