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먼 '메이저 퀸'의 길] 골프입문부터 프로데뷔까지… 골프꿈나무 육성의 허와 실

입력 2012-11-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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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올림픽 메달·메이저 챔프 꿈… 1% 미만 ‘바늘구멍’ 프로 길

“아빠의 권유로 시작했습니다.”

“아빠와 함께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골프채를 잡게 됐습니다.”

“신지애, 최나연 언니와 같이 훌륭한 선수가 되고 싶어요.”

“목표는 올림픽 메달과 메이저대회 우승입니다.”

이제 막 골프에 입문한 주니어선수들의 말이다. 골프입문 동기와 목표에 대해 한결같은 답변이다.

프로골퍼도 다를 게 없다. 대부분의 선수들은 아버지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했고, 목표는 메이저대회 챔프다. 최근에는 골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올림픽 메달이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최나연(25·SK텔레콤)은 올림픽 출전과 금메달 획득이 가장 큰 목표라고 밝혔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한국과 일본 프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효주(17·롯데)는 LPGA 명예의 전당 입성이라는 원대한 꿈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선수들이 최고 무대인 올림픽과 메이저대회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꿈을 이루는 선수는 1% 미만이다.

제이나(한국명 나경우) PGA마스터는 “천편일률적인 목표를 향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스타플레이어가 아니라도 프로골퍼가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하게 많다”고 말했다.

제이나 프로는 또 “공부를 못해서, 잘하는 게 없어서 골프를 시작하는 아이들도 있다”며 “그보다 자신의 인생을 더욱 돋보이도록, 목표한 일을 더 완성도 있게 해낼 수 있는 수단으로서 골프를 배웠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제2의 신지애’를 꿈꾸는 주니어선수들은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목표가 큰 만큼 골프입문 시기도 빠르다. 국내 남녀프로골프투어 톱랭커들은 대부분 초등학교 때 본격적으로 골프에 입문, 약 10년 전후의 아마추어 생활을 거쳐 프로가 된다. 문제는 어린 나이에 골프에 입문하면 많은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는 점이다. 우선 학업 병행이라는 이상적인 전형을 무시할 수 없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학업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에 대부분 공감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국내 골프장과 연습환경, 제도적인 여건을 감안하면 훈련과 학업을 병행하는 일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오전 수업을 의무적으로 받고 오후부터 훈련에 들어가는 초등학생까지는 그나마 사정이 낳은 편이다. 그러나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거의 모든 수업을 받지 않는 일이 관행처럼 돼있어 학업 병행은 아직도 먼 나라 이야기다.

초등학교 때 골프에 입문한 선수는 대부분 골프부가 있는 중학교로 진학을 한다. 운동하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정보도 빠르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골프부라고 해도 야구, 축구 등 구기종목과는 운영시스템이 전혀 다르다. 학교에 전담코치나 연습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학교에서 1~2시간 거리의 골프아카데미나 골프장으로 이동해야 한다.

정의석(37) KPGA 세미프로는 “국내 골프장 환경은 아직도 골프와 학업을 병행하기에는 난관이 많다”며 “그보다 골프와 멘탈 또는 인성교육을 병행하는 교육기관에서 배우는 것이 더 현실적이고 현명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골프 입문 후 선수가 되고자 한다면 ‘특기자신청’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선수가 되고자 하는 학생은 대한체육회 홈페이지(www.sports.or.kr)에 회원가입 후 선수등록을 하면 선수넘버를 받는다. 이후 선수넘버와 학교장 직인을 받은 신청서를 자신이 속한 지역골프협회에 등록한다. 마지막으로 대한골프협회와 중고골프연맹에도 선수등록하면 대한체육회로부터 선수고유번호를 받는다. 신청비는 협회 등록 때마다 2만~5만원 정도 낸다.

선수등록을 전부 마쳤다고 해서 곧바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매년 3월 중고골프연맹에서 개최하는 ‘선수소양교육과 룰 교육’을 이수해야만 각 협회에서 주관하는 주니어골프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만약 선수등록을 4월에 했다면 다음해 3월 교육이수까지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골프대회는 매년 3월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주도지사배를 시작으로 매월 2~3개씩 연 25개 정도가 열린다.

그러나 주니어선수라고 해서 모든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송암배, 한국아마, 익성배, 일송배 등은 주니어대회에서도 메이저급 대회로 꼽혀 ‘유자격 선수’에게만 출전 기회가 주어진다.

‘유자격 선수’란 프로대회의 시드권자와 같이 상비군 포인트가 높은 선수에게 주어지는 메이저급 대회 출전권자다. 상비군 포인트는 각 대회 상위권 입상자에게 주어지는 점수로 대회마다 가산 포인트는 다르다. 포인트가 높을수록 다음 해 상비군 선발 가능성이 높다. 유자격 출전 대회 외에도 전국체전과 박카스배는 시도대회 우승자에게 출전 권한이 주어진다.

한편 시즌 개막전으로 열리는 제주도지사배에서 우승하면 아시아태평양 주니어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때문에 시즌 개막부터 양보없는 샷 대결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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