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상' 받은 이호택·조명숙 부부 “난민에게 집은 곧 희망”

입력 2012-11-16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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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을 찾아 우리나라로 피신한 난민들에게 집은 곧 사랑이고, 희망입니다.”

제24회 아산상 사회봉사상을 수상한 이호택(52)·조명숙(42) 부부가 지난 20년간 국내 체류한 난민을 지원해 온 소감을 밝혔다.

이호택·조명숙 부부는 국내 체류한 외국인 난민과 탈북자를 돕는 ‘피난처’를 세우고 이들의 인권보호 활동을 꾸준히 펼쳐온 공로가 인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난민이 뭐예요? 한국에도 난민이 있어요? 그 사람들은 왜 한국에 오는 거예요?”

난민에게 임시 숙소를 제공하고 법률 지원활동을 펼치는 이호택·조명숙 부부를 만나면 사람들이 빼놓지 않고 하는 질문이다. 난민이라는 말이 생소하지만 우리나라에도 난민이 많이 들어와 있다. 그 숫자도 적지 않아 2012년 8월 현재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4700여 명의 난민들이 자유와 보호를 얻기 위해 우리나라에 난민 신청을 한 상태이다.

난민들은 미얀마와 나이지리아, 콩고,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코트디부아르, 에티오피아 그리고 이란 등 세계 각국의 독재·분쟁 국가에서 박해와 억압을 피해 우리나라에 왔다.

이 부부는 난민이 우리가 당연히 누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유와 평화가 너무나 절실해 고국을 등지고 우리나라를 찾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 온 난민 신청자들은 당국으로부터 난민 인정을 받기까지 정식 취업을 할 수 없다. 소득이 없는 난민들에게는 당연히 집도 없다. 이호택·조명숙 부부는 1993년부터 난민들에게 피난처를 제공하면서 지원 활동을 펼쳐왔다.

전주고와 서울대 법대 그리고 같은 대학원 법학과를 졸업한 남편 이호택 씨는 전공인 노동법을 살려 시민종합법률상담소에서 일하다가 1994년 외국인노동자 지원 단체에서 간사로 활동하면서 난민들과 인연을 맺었다. 외국인 노동자 중에는 난민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내 조명숙 씨는 단국대 한문교육과에 다니던 1993년부터 파키스탄 등에서 온 노동자들을 돕는 활동을 하다가 이듬해 외국인노동자 지원 단체에서 일하면서 남편을 만났다.

10년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1997년 결혼한 부부는 신혼여행으로 간 중국에서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는 또 다른 난민인 탈북자 문제에 눈을 뜨고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1999년 외국인 난민과 북한 난민을 보호하기 위해 ‘피난처’(서울 동작구 상도동)를 설립한 부부는 남편이 대표를 맡고 있고 아내는 2003년 탈북청소년을 위한 야간학교인 ‘자유터학교’를 피난처 안에 만들어 2010년까지 교장으로 활동했다. 2004년에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학교’를 설립하는데 기여한 아내는 지금까지 교감으로 근무하고 있다.

‘피난처’는 외국인 난민들이 법무부로부터 난민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소송 지원 등 법률상담을 해주고 임시 공동숙소를 제공하는 한편 생필품과 병원치료 등을 지원한다. 난민을 위한 피난처 활동을 인정받아 부부는 서울지방변호사회 시민인권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부부는 지금 서울 일원동의 15평 연립주택에서 남편의 어머니(임종님, 76)와 각각 초등학교 6학년과 4학년인 아들(시헌), 딸(가연)과 함께 산다.

이 부부는 “경제적으로는 부족함을 느끼지만 사회적으로 조명을 받지 못해도 누군가는 꼭 해야 할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 보람을 느낀다”면서 “아산상 상금을 난민들을 위한 숙소를 얻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한편, 아산상은 1989년 재단 설립자인 아산(峨山) 정주영 초대 이사장의 뜻에 따라 불우한 이웃을 위해 헌신해왔거나 효행을 실천해온 개인이나 단체를 찾아 격려하기 위해 제정됐으며 사회복지 분야 국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며 올해 24회째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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