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국정감사서 존폐 거론… 내부‘술렁’
최원병 회장은 지난달 18일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농협 국정감사에서 농협경제연구소의 연구 실적에 대한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의 지적이 나오자 “농협경제연구소의 실적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고, 아예 연구소를 없애버릴 생각도 있다”고 말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 누구도 경제연구소에 대한 존폐를 논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 발언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조직의 존폐를 결정할 수 있는 실질적 위치에 있는 최 회장의 발언에 직원이 40여명에 불과한 농협경제연구소는 직격탄을 맞은 분위기다. 매주 나오던 주간 연구보고서도 한동안 중단될 정도로 후유증이 크다.
실제로 최 회장의 발언에 경제연구소 내부 직원들은 술렁이고 있다. 일부 직원은 “농협중앙회장이 농업을 연구하는 경제연구소를 일개 구멍가게보다 못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연구소가 농협의 산하기관이라 노골적인 불만은 드러내지 못한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현재 국내에 존재하는 농업 전문연구소는 국무총리실 산하 농촌경제연구원과 민간의 농협경제연구소뿐이다.
최 회장의 발언처럼 농협경제연구소를 없앨 경우 우리나라 농업연구소는 국책연구기관만 남게 돼 FTA 등 민감한 정책을 다룰 때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는 의혹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 당시 민주통합당 황주홍 의원이 공개한 농협경제연구소의 ‘한·중 FTA의 파급 영향과 대응방향’ 보고서에는 인삼·고추·배 등 13개 과수와 채소의 피해액이 연간 최소 7000억~1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지만 농협 측에서 이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아 국정감사 당시 문제가 됐을 만큼, 농업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어서 최 회장의 연구소 폐지 발언을 두고 경솔했다는 반응이 각계에서 나온다. 농업계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농촌경제연구원을 제외하고 그나마 가장 많은 농축산업 관련 연구보고서를 발표하는 연구소가 바로 농협경제연구소”라며 “그런 측면에서 올해 국정감사 당시 최원병 회장의 발언은 신중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