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002년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2003년 시즌까지 활약한 뒤 일본으로 진출했다가 올해 국내로 복귀한 이승엽에게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일본에서 마지막 몇 년간 부상과 부진으로 마음이 편치 않았고 이제는 한물 갔다는 평가까지 받으며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이다. 절치부심 끝에 국내로 복귀한 만큼 올해는 삼성에게도 중요하지만 이승엽 자신에게도 중요한 한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승엽은 올시즌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정규시즌에서 0.371의 타율과 21홈런, 85타점을 기록하며 한 물 갔다는 세간의 평가를 뒤로했고 무엇보다 126경기에 출장하는 꾸준함을 과시했다.
이승엽의 진가는 큰 경기에서 더욱 확실하게 드러났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팀을 위해 무슨 역할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각오를 나타낸 이승엽은 1차전부터 쓰리런홈런을 터뜨리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4차전에서 미숙한 주루플레이로 패배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지만 5차전에서 곧바로 4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견인했다. 수비에서의 보이지 않는 도움도 컸다.
우승을 확정지은 6차전에서도 이승엽의 활약을 빛났다. 4 : 0으로 리드하던 4회초 2사 만루 기회에서 우중간 주자 일소 3루타를 치며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이른 시간대이긴 했지만 7 : 0까지 달아남으로써 삼성은 우승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승엽은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23타수 8안타, 0.348의 타율과 함께 1홈런 7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치며 당당히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기자단 투표 유효 71표 중 47표를 획득했다. 2위 장원삼(10표)과는 40표에 가까운 차이일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정규시즌 MVP는 5차례나 차지한 이승엽이었지만 한국시리즈 MVP는 처음이기에 더욱 뜻 깊은 수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