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들이 기다렸다, 그가 돌아오기를. 배우 이준기는 얼마 전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아랑사또전’을 통해 멋지게 컴백했다. 2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날카로운 외모와 안정된 연기력은 녹슬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세월만큼 성숙해졌다. 지난달 30일 서울 신사동에서 까칠한 사또 ‘은오’를 벗고 마주한 이준기는 쾌활하면서도 사려깊은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11시 딱 되면 시청자분들 반응을 바로바로 체크해요. 갤러리(온라인 사이트 DC인사이드 게시판)나 카페 보면서 일일이 분석했어요.” 입대 전과 변함없는 모습이다. 과연 많은 이들이 호평한 그의 남다른 연기력이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누구보다 빠르고 꼼꼼히 모니터하는 만큼 이준기는 이번 작품에 대한 시청자의 양분된 반응을 잘 알고 있었다. “극 흐름에는 제가 관여할 수 없으니까 제 역량으로 채울 수 있는 부분을 채우는 데에 집중했어요. 은오란 캐릭터에 좀더 힘을 싣기 위해 노력했죠.”
기대에 못 미친 아랑(신민아)과의 로맨스는 그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특히 이준기는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달달한 로맨스를 원하는 팬들을 위해 이번 작품을 선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작가님이 사건에 더 비중을 두다보니까 포기해야하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예쁜 로맨스를 보여드릴 수 있겠다고 저도 기대를 많이 했는데 그걸 다 채우지 못해서 아쉽네요.”
훈훈한 현장 분위기를 반영하듯 이준기는 함께 연기한 배우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신민아 씨는 배우로서 프라이드가 상당히 강한 분이에요. 아랑이 여배우가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인데 망가지는 것도 감수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연우진 씨는 연기한 지 얼마 안 된 친구같지 않게 정말 진지하고 열심히 해서 배울 점이 많았어요. 앞으로 더 빛을 보리란 믿음이 있어요.”
군 제대 후 복귀작이 시청률 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지만 이준기는 하고 싶었던 일을 할 수 있어서 마냥 즐거웠다. “2년 동안 배우 이준기를 떠나 있으면서 연기에 대한 절실함을 많이 느꼈어요. 군대에서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저도 하고 싶어서 막 끓어오르기도 했죠. 그걸 어쩔 수 없이 억누르고 살다가 현장에 돌아오니까 정말 물 만난 고기처럼 즐기기 바빴어요.”
혹시라도 잊혀질까, 두려움도 존재했다. 한창 생각이 많은 시기였다. 하지만 군대는 인간 이준기를 단단하게 만드는 기회가 됐다. “군대 안에서 그동안 잊고 살았던 것들을 많이 깨달았어요. 당연하게만 생각했던 존재의 소중함을 일깨워준 시간이었죠. 복귀하면서 제 모습을 시청자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걱정도 많이 했는데 후한 평가를 받아서 다음 작품에서는 더 많이 보여드려야겠다는 자신감이 붙었어요.”
군대에서 그는 다짐한 바가 있다. 쉬지 않고 작품을 하겠다는 굳은 계획이다. ‘아랑사또전’ 이후에도 끝없이 쏟아지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계속 차기작을 고르고 있다. “시간의 소중함을 많이 느꼈어요. 이렇게 연기에 불이 붙었을 때 쭉쭉 가려고요.”
배우 이준기가 아닌 인간 이준기는 소박한 연애와 화목한 가정을 꿈꾼다. “남들처럼 연애하고 싶어요. 길거리 데이트도 하고 놀이공원도 가고…. 그러기 힘들다는게 안타깝지만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제 또래 남자들처럼 가정적인 분을 만나서 좋은 남편이 됐으면 해요.”
어느덧 30대를 맞이한 이준기는 종종 이 사실을 잊곤 한다. 그는 물리적인 요인에 구애받지 않고 변함없는 모습이길 바란다. “저를 위해 투자하는 시간이나 고민하는 시간이 많아서 나이를 잊고 사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나이 먹는 걸 알게 되면 그만큼 게으른 삶을 사는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