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5000명 모여 총회 “집행부 사퇴” 한 목소리
내년 10월부터 치료용 첩약에 대해 시범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 한의계의 내홍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한의사 5000여명은 1일 오전 10시 가양동 한의사협회에서 총회를 개최하고 김정곤 한의사협회장 퇴진과 집행부의 사퇴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날 총회를 ‘한의계 4.19 혁명’이라 부르며 80년대 정관으로 정당한 요구를 비민주적으로 수용하는 한의사협회 자체를 완전히 바꾸자고 주장하는 등 반발이 확산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25일 보건복지부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노인과 여성 등의 근골격계 질환 등에 처방하는 치료용 첩약에 대해 한시적(3년)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키로 하고 이 시범사업에 약사와 한약사가 참여하면서부터다.
특히 김정곤 한의사협회장이 이를 환영한다는 뜻을 발표하자 이에 반발한 한의사평회원협의회의 젊은 의사 100여명은 협회회관을 점거하고 건물에 오물까지 뿌리는 등 극렬하게 반발했다.
복지부는 한의계가 이 사안에 대해 반대한다면 전면 재검토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김정곤 협회장은 건정심의 결정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힌 이후 어떠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어 이들의 공분을 샀다.
한의사평회원협의회는 이번 치료용 첩약 사업이 한의계 전체의 동의 없이 진행됐으며 특히 질병에 대한 진단권이 없는 약사와 한약사의 참여를 보장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총회에서 한의사들은 “이번 기회에 그동안 간선제로 협회장을 뽑는 등 전근대적인 방식으로 운영돼 온 한의사협회를 확실히 개선시키는 등 혁명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의사협회는 이번 총회에 대해 정치적인 의도로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총회를 준비한 관계자는 “부끄럽게도 한의사협회의 회장 선거는 250명의 대의원이 뽑는 간선제로 치러진다”고 밝힌 뒤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면 250명중 120여명의 대의원을 포섭하는 것과 5000여명의 한의사를 모이게 하는 것 둘 중 어느 것이 쉽고 효율적인지 생각해보라”며 한의사협회의 주장을 일축했다.
한편 대한한의사비상대책위원회도 첩약 건보 시범 사업에 대해 대표성을 상실한 한의협과 복지부 간 밀약에 의해 벌어진 한의약 탄압 사태로 규정하고 첩약 건보 시범 사업의 진행을 즉각 중지할 것을 촉구했다.
의사협회 소속 한방특별대책위원회 역시 성명을 통해 “간질약 투여 파동, 발암물질 검출 등 문제가 끊이지 않는 한약에 보험재정을 투입하는 것이 B형 간염 환자 치료보다, 발달 장애어린이 치료보다 더 중요한가”라면서 복지부와 한의사협회의 밀약설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