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간 산업·개발 금융 근간…정치권에 발목 민영화 주춤
KDB금융은 지난 수십년간 국내 개발 금융의 근간을 형성해 왔기 때문에, 자산 면에서 다른 금융지주사보다 적음에도 글로벌투자은행(IB)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은금융의 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77조6000억원대이다.
KDB금융그룹은 현재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모투자(PE), 벤처투자, 국제금융, 기업구조조정 업무 등에서 국내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 IB와 경쟁하기에는 규모 면에서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가 세계 10위권, 아시아 3위 규모이다. 반면 글로벌 50위 내에 드는 국내 금융기관이 없어 원전, 고속철, 플랜트 등 국내 기업의 해외 대형 프로젝트 지원에 한계점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KDB금융그룹은 산은의 기업금융과 KDB대우증권 등 자회사의 자본시장 역량을 결합해 경쟁력 있는 글로벌 종합금융그룹(CIB)으로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정부도 경쟁력 있는 투자은행 육성과 금융산업 재편을 촉발하기 위해 산은그룹 민영화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산은 민영화 추진를 정치 논리로 정치권에서 발목을 잡으면서 올해 추진하려던 산업은행 기업공개(IPO)가 내년으로 미뤄지는 등 암초에 걸렸다.
◇미완성의 금융그룹 = KDB금융그룹은 은행과 증권 부문에서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만 보험이나 카드 등 다른 부문은 뒤떨어진다는 평가다. 현재 KDB금융그룹의 계열사는 KDB산업은행, KDB대우증권, KDB캐피탈, KDB자산운용, KDB생명, KDB인프라 등 6곳이다. 이중 대우증권만이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고 산업은행은 기업금융에는 강하지만 소매금융에서는 다른 시중은행보다 취약하다. 산업은행은 무점포 다이렉트뱅킹과 온라인 상품 KDB다이렉트 출시로 수신 기반을 빠르게 확대하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KDB다이렉트는 출시 1년 만에 5조원의 실적을 거뒀다. 하지만 아직 개인예수금 확대가 다른 시중은행과 비교할 때 부족한 점이 많다. 또 KDB생명은 산업은행이 조성한 사모펀드(PEF)로 인수한 곳이어서 완전히 자회사로 보기 힘든 점도 약점이다. 특히 신용카드업 허가를 못 받은 상황이라서 금융그룹이라고 하기에는 계열사 포트폴리오가 약하다는 평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영업채널 확대, 상품 경쟁력 강화 등 다양한 수신기반 확충 노력으로 예수금 비중이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기존의 우리은행 점포망(971개) 공동이용에 추가해 우체국 금융창구망(2763개) 공동이용 서비스를 실시함으로써 산은의 지점 부족으로 인한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진출 공략으로 투자은행 역량 강화 = KDB금융그룹은 현재 PF, PEF 등 경쟁력 우위 업무를 기반으로 아시아 중심의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그룹의 투자은행 역량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해외 PF사업 진출과 연기금·대기업과 공동으로 해외투자펀드 조성 등을 통한 PEF업무의 아시아 투자 기회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몽골개발은행 위탁경영, RBS Uz 인수, 싱가포를 PF 데스크 설치 등을 통해 아시아지역 영업 네트워크 확충했다. 특히 대우증권 증자를 통한 헤지펀드, 프라임 브로커리지 업무 등 신규 IB업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민영화 추진 지원 필요 = KDB금융그룹이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는 그룹 자체 노력과 더불어 외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체질 개선과 조직문화 변화도 중요하지만 현재 산은그룹의 여건을 감안하면 정부, 국회 등이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면서 산은그룹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경쟁 기관들과 동등한 경쟁 여건을 갖추고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이해 관계자들의 결단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