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홍진석 부국장 겸 산업2부장 "청와대 블로그의 운명"

입력 2012-10-17 13:23수정 2012-10-1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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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의 부상으로 블로그의 입지가 예전같이 않다. 누적방문자 수백만명을 거느린 파워블로거들의 돈벌이 행각이 줄줄이 폭로되면서 블로그에 대한 시선도 싸늘해졌다. 오죽하면 ‘블로거지(블로거와 거지 합성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을까. 국내외에서 블로그를 폐쇄하고 페이스북으로 갈아탄 젊은 층이 급속히 늘고 있는 추세다. 블로그보다 훨씬 강력한 인맥구축기능을 활용해 자신의 글과 사진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정치 시사관련 블로그에 대한 규제 역시 블로그를 위축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블로그 전문가들은 5년전 대선을 앞두고 진행됐던 현 집권당 측의 블로그 감시와 고소 고발 등 법적조치가 그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 집권당은 참여정부의 출범에 인터넷의 역할을 컸다는 판단 아래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블로그와 게시판 글에 대한 대응팀을 꾸렸다. 포털이 운용중인 권리침해신고센터를 활용,‘명예훼손’,‘사실무근’등을 이유로 포털 블로그 글을 삭제토록 하거나 열람을 막았다. 일부 포털사는 유관기관이나 법원의 결정이 나오지 않았음에도 신고 즉시 임시 삭제 조치를 취했다. 정치논객이나 파워블로거들이 선거법 위반으로 전과자가 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파워 블로거들은 침묵을 택하거나 해외블로그 서비스로 옮겨갔다. 다시 대통령 선거 시즌이 돌아왔지만 국내 블로그에서 치열한 정치관련 글들을 보기 힘들게 된 이유다.

참여정부 당시 첫선을 보였던 청와대 블로그 삭제도 국내 블로그 공간을 더욱 얼어붙게 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이명박 정부는 집권 직후 참여정부 청와대 블로그를 퇴출시켰다. 주요포털에 올려졌던 청와대 블로그도 접속이 차단됐다. 참여정부는 2005년 10월 청와대 홈페이지의 주요 메뉴로 블로그 운영을 시작했다. 다음과 네이버에서도 blog.daum.net/cwdblog, blog.naver.com/cwdblog 란 주소로 각각 열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참여 정부 블로그를 내렸다. 포털에서도 삭제됐다. 보수 언론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 주도의 청와대 블로그에 대해 “ 1인 미디어의 오용”,“대통령의 나팔수”란 비난을 쏟아낸 직후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5월‘푸른팔작지붕아래’란 간판를 내세워 청와대 블로그 개정판을 내놨다. 포털 내 청와대 블로그 주소도 cwdblog에서 mbnomics로 변경했다. 네이버에선 누군가 선점한 상태여서 mb_nomics를 주소로 삼았다. 막상 운영에 들어가자마자 블로거들의 반응은 냉혹했다. 누리꾼들의 댓글을 관리자 검토 후 공개하는 ‘댓글 승인제’는 검열에 다름없다란 비난을 샀다. 블로그에 올려진 글들을 비슷한 주제별로 묶어주는 ‘트랙백’이란 기능도 막아놨다. 프로필이나 방명록을 비공개로 설정한 것도 도마 위에 올랐다. “무늬만 블로그”란 비난이 그래서 쏟아졌다. 대통령 본인이 쓴 글이 거의 없어 ‘대통령과 함께 쓰는 청와대 이야기’란 블로그 부제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때문인지 청와대는 지난달 이명박 대통령 페이스북(www.facebook.com/leemyungbak)을 개설했다. 블로그 보다 소통에 더욱 제격이란 판단을 내린 듯하다.

이제 이명박 청와대 블로그의 운명은 내년 2월 출범할 차기 정부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참여정부 청와대 블로그처럼 폐쇄될 가능성이 짙다. 블로그 주소‘mbnomics’에서 보듯 이명박 정부 만의 청와대블로그임을 천명해놨기 때문이다. 더욱이‘소통실패’ 판정이 블로거들의 중론인지라 더 이상 형식적인 운영은 의미가 없어 보인다.

차기 정부에게 바란다. 제대로 운영할 자신이 없으면 청와대블로그 세번째 버전을 아예 내놓지 말라. 구색갖추기라면 디지털 자원과 인력의 낭비일 뿐이다. 새정부에 맞은 새로운 블로그로 시작하려 한다면 과거 청와대 블로그를 복원하고 유지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 참여정부 버전은 복원하고 고 MB정부 버전도 살려둬야 한다. 어찌됐든 최고권력기관이 남긴 글 사진 그리고 그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담겨진 소중한 기록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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