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노동빈곤층 10대]현장점검 사전 통보 등 관련법 구멍 '숭숭'…노동권 교육도 부실

입력 2012-09-1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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③청소년 노동정책 개선 시급

▲경기불황에 고용까지 꽁꽁 얼어붙자 10대 근로자들은 일단 일자리를 구하는 데 급급하다. MB정부 들어 취업률을 우선하는 정책으로 10대 근로자들의 노동권, 노동인권은 점점 바닥으로 밀려나고 있다. 사진은 취업박람회에서 일자리 공고를 들여다보고 있는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의 모습.(사진제공=고용노동부)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10대 알바 처우가 문제로 불거지는 것은 한국이 유일하다고 입을 모은다. 스위스에서는 지역청소년정책의 일환으로 10대 근로자들 권리가 마련돼 있고, 프랑스에서는 10대라는 이유로 노동권이 일방적으로 무시당하는 경우가 없다. 이 같은 현실은 10대를 제외시킨 근로기준법, 사업주 위주의 단속 정책, 10대 노동권 인식이 전무한 상황 등에서 비롯된다.

◇10대는 안중에도 없는 근로기준법 = 현재 우리나라는 연소자 근로기준법에 따라 단속하기 전 사전고지를 한다. 근로감독 직무규정과 관련된 규칙 제17조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점검일로부터 10일 전 해당 사업장에 그 사실을 문서로 통보해야 한다. 만약 사업장이 따로 요청하면 10일 범위에서 점검시기를 조정할 수 있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근로감독 실시 전에 사업주에 통지할 경우 근로계약 및 법위반 사항을 은폐할 수 있으며 연소근로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불시 감독도 이뤄지고 있다”며 “정기감독시 사전통보를 하는 것은 감독관이 현장에 나갔을 때 사업주가 있어야 서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알바생이 혼자 있는 경우나 알바생이 없는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연소자 근로기준법 관련 단속은 모두 정기 감독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불시 검문은 해당이 되지 않는다. ILO(국제노동기구)에서는 사전통보하지 않고 단속하라고 권고하고 있으며 외국에서는 사전고지 없이 불시 단속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영세사업장(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서는 엄격한 규제를 하지 않고 일부만 적용을 하고 있다. 10대 청소년이 주로 일하는 장소는 영세자영업장이라는 점에서 10대 근로자의 노동권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청소년 근로감독이나 기준을 연령이 아닌 청소년이 처한 상황에 따라 규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법적으로 청소년 노동의 감독과 관리를 연령이 아닌 상태에 근거해야 한다”며 “실제로 10대 알바생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으로 구분되는데 우리 법은 청소년이 처한 상황과 무관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주5일제 시행에 따라 주 44시간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축소하는 방안도 제기됐다. 미국, 독일, 일본 등은 청소년의 휴식권이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적으로 노동시간을 주 5일 기준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미흡하다.

◇학교에서 노동권 교육 가르쳐야 = 법적 보완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으로 10대 청소년 근로자와 이들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노동인권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법과 정책을 마련해도 청소년 노동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면 실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석훈 교수는 “청년 유니온이 생겼지만 취약한 상황이고 10대 알바생들이 유니온에 가입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이 문제”라며 “10대가 자신의 노동권리를 익히고 그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최저 임금 등과 관련해 기업 위주의 논리가 강조되면서 노동인권, 노동권리 등에 대한 중요성은 점점 희석되고 있다. 아르바이트뿐 아니라 특성화고 현장실습에서도 학습권 침해, 노동 착취 문제가 제기됐지만 10대 근로자들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할 힘이 부족하다.

하인호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는 “청소년들의 노동기본권과 노동인권 교육을 통해 자신의 노동권리가 침해당할 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제의 중요성은 나날히 강조되지만 실제로 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권리에 대한 교육은 배제되는 것이 현실이다. 학교 현장에서 노동권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고용노동청은 사업주 대상으로 노동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의 경우 사회계열 10개 과목 가운데 ‘법과 사회’를 선택한 일부 학생과 공업입문을 배우는 일부 공고 학생만이 노동인권 교육을 받고 있다.

김기헌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권은 법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정의 문제”라며 “교과목에서는 진로와 직업에서의 근로권리를 실제 알아야 할 내용으로 다루지 않고 단지 시험 대비용으로 다루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고3 시기에 현장 실습을 나가고 졸업 후 취업을 하는 특성화고교의 경우 전문교과 교육과정에 노동교육 내용을 한 단원 삽입하거나 현재보다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금주 상명대 교육학과 교수는 “공통 사회교과를 통해 노동인권 및 노동안전보건을 배우도록 정규 교과에 포함하고 학교 내부에서 청소년노동인권교육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교과부와 교육청이 예산을 지원하고 지방고용노동청은 학교밖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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