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3번의 리그 우승과 5번의 준우승 그리고 챔피언스컵(챔피언스리그의 전신) 우승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는 전통의 명문 함부르크다. 하지만 지난 시즌 함부르크는 15위로 간신히 강등을 면한 것은 물론 역대 최하 순위를 기록하며 체면을 구겼다.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한 지난 시즌의 부진을 극복하기 위해 함부르크가 이적 시장 막판 선택한 카드는 바로 '검증된 카드' 라파엘 판 더 파르트였다. 판 더 파르트는 2005/06 시즌부터 2007/08 시즌까지 세시즌동안 함부르크에서 활약하며 주장까지 역임했던 선수다. 입단 첫 시즌 팀을 3위로 이끌며 함부르크를 챔피언스리그로까지 이끌기도 했다.
물론 함부르크에서의 마지막 시즌 노골적으로 이적을 요구하며 팬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세시즌동안 74경기에 출장해 29골, 19도움으로 맹활약했던 그는 함부르크 팬들에게 구세주나 다름없다. 실제로 함부르크 지역 언론들은 판 더 파르트에 대해 '메시아', '구세주', '마에스트로' 등과 같은 헤드라인을 붙이며 기대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판 더 파르트가 함부르크에 합류함으로써 국내 팬들의 관심은 손흥민쪽으로 쏠리고 있다. 판 더 파르트가 손흥민과 같은 전형적인 공격수는 아니지만 다분히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선수인 만큼 손흥민의 입지도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판 더 파르트는 2000년대 중후반 함부르크에서 활약할 당시 공격형 미드필더는 물론 이선 공격수와 최전방 공격수까지 맡았던 바 있다.
올시즌 함부르크에는 눈에 띄는 공격수가 보이지 않는다. 손흥민과 스웨덴 출신의 마쿠스 베리, 라트비아 출신의 아르토마스 루드네프스 등이 포진해 있지만 이들에게 10골 이상의 득점을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무리다. 더구나 함부르크가 4-2-3-1을 주로 사용하면서 사실상 손흥민과 베리가 원톱 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으로 보이지만 토르스텐 핑크 감독의 손흥민에 대한 최전방 공격수로서의 평가는 인색하기만 하다. 앞선 두 번의 리그 경기에서 손흥민은 오른쪽 윙 플레이어와 이선 공격수로 출전했을 뿐이다. 1.FC 뉘른베르크와의 개막전에서는 베리가 원톱으로 출전했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베르더 브레멘과의 2라운드에서는 손흥민이 원톱으로 기용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결국 핑크의 선택은 루드네프스였고 손흥민은 이선 공격수를 맡았다.
2라운드 이후 A매치 주간으로 인한 휴식 기간을 통해 함부르크는 결국 판 더 파르트를 영입했다. 앞선 두 번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출전했던 포지션은 바로 판 더 파르트가 출전할 가능성이 높은 포지션이다. 물론 베리와 루드네프스가 나란히 기회를 가졌지만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임으로써 3라운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원정 경기에는 손흥민 원톱과 함께 판 더 파르트를 이선 공격수 혹은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언급한 바대로 핑크 감독의 손흥민에 대한 최전방 공격수로서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지는 만큼 현재로선 베리가 재차 원톱으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손흥민 본인은 최전방 공격수로서 경기에 나서는 것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전방 공격수로서 출전할 기회를 거의 잡지 못함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증명할 기회 또한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손흥민은 당분간 공격 이선에 자리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출전 기회를 잡는다 해도 판 더 파르트의 조력자 역할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판 더 파르트가 이선 공격수 역할을 맡는다면 손흥민은 본인이 결코 원하지 않는 윙 플레이어로 출전해야 함을 의미하는 셈이다.
판 더 파르트의 합류로 함부르크는 득점력과 함께 전체적인 공격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입지는 그다지 크게 나아질 기미가 없다. 상대팀 골 문 앞에서는 이타적이기보다 이기적인 모습이 더욱 강한 판 더 파르트인데다 그로 인해 스포트라이트를 판 더 파르트가 받을 경우 그와 함께 미드필더로 경기에 나서는 손흥민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결국 손흥민으로서는 당분간 몸에 맞지 않는, 혹은 원하지 않는 포지션에서 뛰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이 많은 시즌이다. 지난 시즌에도 최전방보다는 이선에 배치된 적이 많았고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물론 부동의 원톱 믈라덴 페트리치와 넘버 2 공격수였던 파올로 게레로가 이적해 최전방의 무게감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핑크의 신뢰가 그리 두텁지 않아 최전방 공격수로서 나설 기회가 많진 않겠지만 찾아온 기회를 확실하게 누린다면 판 더 파르트의 든든한 후방 지원속에 최전방 공격수로서의 입지를 빠른 시일 내에 굳힐 가능성도 크다.
주말에 열릴 프랑크푸르트와의 3라운드는 판 더 파르트가 합류하는 올시즌 첫 경기가 될 것이다. 과연 핑크가 최전방 공격수로 어떤 선수를 낙점하게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만약 순번대로 손흥민이 기회를 얻게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즌 첫 골을 쏘아 올려야만 올시즌 원하는 포지션에서 활약할 기회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