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포트 대해부]증권서 보고서는 '매수' 의견만

입력 2012-09-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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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보고서 1만7721건…매도 의견은 단 1건

▲투자 정보의 홍수 시대다. 시장에 공개되는 증권서 보고서만 하루에 수백 건에 달하고 관련 뉴스도 쉴 새 없이 쏟아진다. 워낙 많은 정보가 각각의 논리로 포장된 탓에 오히려 취사선택이 어렵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투자 정보의 홍수 시대다.

증권사들이 시장에 내놓는 보고서만 하루에 수십 수백 건에 달하고 관련 뉴스도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투자자는 비용을 들이지 않고 관련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좋다. 하지만 워낙 많은 정보가 각각의 논리로 쏟아지는 탓에 취사선택이 어렵다. 심지어 일부는 마치 광고처럼 허장성세가 심해 오히려 투자자의 판단을 흐리게 만들 수도 있다. 특히 거의 대부분의 보고서가 앵무새 처럼 매수 의견만 내고 있다는 사실은 업계 스스로 더욱 창피하게 느껴야 할 대목이다.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와 어휘 선택이 많은 점도 국내 증권사들이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일반 투자자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진 보고서가 투자자들의 외면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시장 논리에 따라 움직이는 정보의 특성상 세부 투자의견은 증권사와 담당 애널리스트의 몫이다. 때문에 같은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전문가들의 해석이 다양한 만큼 투자자 입장에서 올바른 투자정보를 골라내기란 쉽지 않다.

실제 주가와 증권사가 전망치로 제공하는 목표주가의 괴리율은 심각한 수준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목표가가 높은 종목을 선호하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변동성 장세로 인해 목표주가와 실제 주가 간 괴리율이 높아지는 종목들이 속출하면서 혼란을 겪고 있다.

유로존 등 주변 악재로 주가가 떨어지는 속도에 비해 증권사가 제시하는 목표주가의 하향조정은 늦기 때문에 자칫 초보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기 쉽다.

증권사들이 ‘매수’ 의견을 남발하면서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를 유도하는 등 사실상 ‘호객행위’에 나서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극심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증권사들은 앞 다퉈 내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증권업종의 주가 전망과 관련돼 비관적인 보고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까지 증권사가 시장에 내놓은 보고서는 총 1만7721건. 이 가운데 매도 의견은 단 1건에 불과하다. 지난 4월 토러스투자증권의 삼성카드에 대한 ‘매도’ 의견이 그 주인공이다.

넓은 의미의 매도 의견인 ‘목표주가 하향의견’을 첨부한 보고서 역시 270건으로 전체의 총 발행 보고서의 1.52%에 불과하다.

매수 일색인 국내 리포트에 비해 외국계 증권사는 비중감소 또는 매도의견의 비중이 전체의 16.8% 수준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사 연구원은 “매도 의견이 사라진 기업 리서치는 분명 문제가 있다”며 “하지만 투자자나 해당 기업의 격앙된 반응을 무시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또 “기업 주식 담당자와의 관계가 소원해지면 정보력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며 "이는 해당 애널리스트의 정보력과 경쟁력의 부재로 인식되는 만큼 피하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증권사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인정해도 ‘매수’ 일색의 보고서가 투자자에게 독이 되고 있다는 점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금융산업의 한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소위 용기 있는 ‘매도’ 보고서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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