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손가락’ 감수성 보다 자극… 고개 드는 막장?

입력 2012-08-27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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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이란 기자 photoeran@
SBS주말기획드라마 ‘다섯 손가락’이 제 얼굴을 드러냈다. 전형적인 김순옥 작가(‘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표 드라마 면모다. 26일 방송된 ‘다섯 손가락’에서는 살인, 패륜, 누명, 음모 등 막장드라마 필수 요소가 드라마의 기반을 구성했다.

4회 방송에서는 치매에 걸린 반월(나문희) 여사의 실수로 집안에 불길이 치솟고 후계자 지목 문제로 아내 영랑(채시라)과 다투던 만세 회장(조민기)은 목숨을 잃었다. 십여 년 동안 남편과 시어머니 뒷바라지 과정에 자존심을 다쳤다고 주장하는 영랑은 쓰러진 남편을 불길에 방치한 채 홀로 탈출했다. 불길을 빠져나가던 영랑은 자신의 친아들 인하(김지훈․지창욱 아역)인 줄 알고 의붓아들 지호(강이석․주지훈 아역)를 구했고 그 과정에서 영랑은 놀란 지호에게 “내 아들이 아니고 왜 너냐?”고 윽박지르며 숨겨왔던 속내를 드러낸다.

만세가 목숨을 잃은 후 인하로 지목된 후계자 구도를 바꾸기 위해 최 변호사(장현성)와 음모를 꾸몄고, 수표(오대규)에게 살인과 절도 누명을 씌웠다. 이어 부성악기의 신임 회장으로 부임하는 영랑은 아들 인하와 함께 지호에게서 부성악기 후계자 권리를 빼앗을 계획을 드러낸다.

이처럼 ‘다섯 손가락’은 드라마를 구성하는 사건과 음모가 개연성 없이 나열식으로 펼쳐지면서 극의 흐름과 함께 복수 이야기가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전작에서 반복적으로 이와 같은 이야기를 드라마의 중심에 둔 김순옥 작가이기에 더욱 그렇다. 김순옥 작가의 이 같은 사건과 살인, 그에 따른 음모와 누명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는 이미 인기리에 방영됐던 ‘아내의 유혹’에서 시작돼 ‘천사의 유혹’으로 정점을 찍은 바 있다.

‘다섯 손가락’은 방송 전 스토리의 일부가 알려지면서 막장 드라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진부한 스토리 혹은 자극적인 소재를 염두에 두고 어떻게 연기로 끌어 갈 것인지에 대해 채시라는 “재벌이나 방화 등은 모티브일 뿐 음악가 이야기”라고 못 박았다. 때문에 채시라는 직접 피아노 연습을 했을 뿐 아니라 직접 기업을 이끌어가는 커리어우먼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의상과 소품 등에 철저한 준비를 기했다고 말했다.

최영훈PD는 “김순옥 작가의 재미있는 글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하며 기획의도에 대해 “재미있는 드라마를 만들자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우리 안에 들어 있는 일그러진 욕망, 모성, 사랑을 이 드라마에 담아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제작진이 밝힌 재미있는 드라마를 개연성 없는 사건과 극단적인 캐릭터의 성격, 무분별하게 등장하는 폭력으로 버무린 전형적인 막장드라마의 재현으로 해석해도 될까? 4회 방송은 그 우려 섞인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애초 바로크풍 가족드라마를 만들고 싶다던 최PD의 의지와는 다소 상반된 현상이다. 피아노, 음악가, 가족애 등으로 역설했던 감수성은 어느새 살인, 누명, 복수 등의 자극으로 일그러져가고 있다. 이를 염두에 둔 것일까. 최PD는 바로크에 대해 ‘찌그러진 진주’라는 포르투갈어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설명을 덧붙인 바 있다. 혹시 ‘다섯 손가락’은 시청자의 정서를 찌그러뜨리는 막장 드라마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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