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현실화 땐 삼성, 수십조 비용 필요…삼성전자 경영권도 위태
삼성의 지배구조가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정책의 바로미터가 됐다. 새누리당내 개혁성향 의원들이 삼성을 타깃으로 한 금산분리(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의 분리)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현직 의원으로 구성된 당내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지난 23일 재벌의 보험, 증권, 카드 등 비은행금융지주사의 제조·서비스 등 비금융자회사 소유를 금지하는 내용의 금산분리 법안을 추진키로 했다. 대신 금융계열사들은 ‘중간금융지주사’를 설립해 관리토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금융자본의 산업자본에 대한 의결권도 제한키로 했다. 공정거래법 제11조는 금융사가 국내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 행사를 막고 있지만, 임원의 선임이나 해임, 정관변경, M&A(인수·합병), 등 중대 결정 사항에 대해선 15%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모임은 이 예외조항을 삭제해 의결권을 원천적으로 차단시키려 하고 있다.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권 보유한도 9%에서 4%로 축소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관련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김상민 의원은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의결권을 제한하면 삼성생명이 삼성전자를 지배할 수 없게 된다”며 “대신 삼성은 중간 금융지주사를 만들어 그 밑에 삼성화재, 삼성카드 등을 두라는 얘기”라고 했다.
모임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삼성 금융회사가 비금융회사에게로 출자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분리해서 금산분리로 인한 리스크 해소 목표를 이루자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에버랜드 → 삼성생명 → 삼성전자 → 삼성카드 → 다시 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진다.
법안대로라면 삼성에버랜드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중간지주사인 삼성생명지주회사를 설립해 삼성화재, 삼성증권을 관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 때 삼성에버랜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등을 매입하고 삼성생명 등은 삼성카드와 삼성증권 등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수조에서 수십조에 이르는 비용이 수반된다.
가장 큰 문제는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권 방어가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는 삼성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 7.21%를 갖고 있는 삼성생명의 의결권이 박탈되면 삼성의 우호지분은 이건희 회장이 가진 3.38%, 삼성물산 4.06%, 삼성화재 1.26% 등 10%수준으로 떨어진다. 외국인 지분율이 49.97%나 되는 상황에서 자칫 회사가 외국에 넘어가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금산분리 강화가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견이 큰 데다 박근혜 대선 후보조차 재벌의 지배구조 개선에 초점을 둔 경제민주화 방향엔 반대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박 후보는 “금산분리는 세계 경향이 금융위기 후에 강화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 우리도 그런 쪽으로 신경을 써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지배구조에 관심을 갖는 게 아니라 경제력 집중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했다. 모임 측이 이번 법안을 추진하면서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해 온 것과는 다소 엇갈리는 대목이다. 이한구 원내대표도 “모임에서 나온 법안이 당론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