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개봉 후 누적 관객수 785만 여명(9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을 넘어섰다. 1000만 달성도 시간문제다. 데뷔 20년 차 이정재에겐 분명 터닝포인트가 될 만한 작품이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이정재는 “(나이를 먹으면서) 일을 많이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면서 “가끔씩 나와서 안타나 홈런을 친다고 의미가 있을까. 나도 이젠 좀 자주 나와야겠단 생각이 든다”며 ‘도둑들’ 출연 소감을 전했다.
좋은 결과에 이정재도 만족스러운 듯 했다. 기분이 좋아보였다. 전작 ‘하녀’의 높은 기대감과 달리 신통치 않던 성적 때문일까. 그의 얼굴엔 만족스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당초 이정재는 ‘도둑들’의 출연을 거절할 심산이었단다. 배우를 정하고 시나리오를 쓴 최동훈 감독 스타일은 익히 알려져 있다. 다른 배우들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이정재의 극중 배역은 처음부터 공석이었다고.
그는 “(출연 제의를 받고) 이정재란 배우를 돌아봤다. 솔직히 다른 배우들과 경쟁해서 버틸 수 있는 무기가 없더라”며 출연을 망설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고심 끝에 출연을 결정했고, 이정재로 인해 ‘뽀빠이’의 비중도 달라졌다.
이름값에 어울리는 결말을 최 감독과 스태프들이 이구동성으로 주장한 것이다. 물론 그 결정은 좋은 흥행 성적으로 이어졌다. ‘이정재의 힘 아니겠나’란 질문에 “무슨 말을 이냐”며 손사래다. “엄청난 선배들이 한 두 명이 아닌데, 무슨 소리냐”고 벌쩍 뛴다.
또 다른 의문점이다. 최 감독은 당초 다른 배역과 달리 ‘뽀빠이’ 캐스팅은 마지막까지 고심 했다고 한다. 그리고 결론이 이정재였다. 대중들이 알고 있는 이정재와 ‘도둑들’의 이정재는 분명 달라도 너무 달랐다.
2010년 ‘하녀’의 이정재와 2012년 ‘도둑들’의 이정재는 어딘가 닮은 듯하면서도 극과 극의 대척점에 서 있다. 그의 프로필을 들여다보니 전작과 출연작의 선택이 항상 그랬다. 영화 ‘태풍’을 찍은 뒤 ‘1724 기방난동사건’에 출연했고, ‘태풍’ 전에는 ‘오! 브라더스’에 나왔다. ‘도둑들’ 이후에는 박훈정 감독의 신작 ‘신세계’에 출연한다. 최민식-황정민-박성웅이 출연한다. 한국판 ‘무간도’로 불리는 수컷 냄새가 깊게 베인 영화다.
이정재는 “한때 어떤 평론가분이 그랬다. ‘이정재는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배우’라고. 공감한다. 하지만 내 주관에는 변함이 없다. 극과 극을 오가는 모습 속에서 이정재만의 색깔을 내고 싶다. 이제 그 틀이 조금씩 잡히는 것 같다. 아마 ‘신세계’에선 불편함보단 진짜 ‘신세계’의 이정재를 볼 수 있을 것이다”며 눈을 번뜩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