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은 ‘생존모드’…“주식·부동산…돈 되는 건 팔고보자”

입력 2012-07-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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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식 처분사례 급증…명동 담보 주식도 증가세

# 코스닥 A사는 자금난에 견디다 못해 명동사채 시장에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급전을 마련했다. 명동사채 시장에서 통용되는 상장 주식의 담보 설정 비율은 최소 200%. 10억원의 자금 조달을 위해서는 최소 20억원 규모의 주식을 담보로 제공해야 한다. 문제는 일정 담보율 이하로 주가가 하락하면 곧바로 담보 물량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주가 급락으로 이어진다.

그나마 직접 처분이 가능한 자기주식이 남아 있는 상장사의 경우는 형편이 낫다. 문제는 그 증가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는 점이다.

# 통신장비업체인 B사는 10억원 이하의 소액공모 기회가 축소되면서 고민이 많다. 9억9000만원씩 연간 2회에 걸친 증자로 운영자금 등에 활용했지만 올해부터는 소액공모 제한 횟수가 1회로 줄었기 때문이다. 이 회사 사장은 “상장사가 9억9000만원에 목을 멘다는 소리를 들을 때 가장 싫다”고 토로했다.

#바이오 D사는 회사의 사활이 걸린 신약의 임상시험 돌입을 2년째 늦추고 있다. 1상에만 최소 50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자금이 걸림돌. 10년 가까운 연구 결과지만 이 회사는 당분간 임상 돌입을 미룰 예정이다.

#LED제조업체 A사는 최근 신규 투자 계획을 미뤘다. 토지 매입은 완료했지만 건물이나 기자재 도입에 필요한 자금 10억원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최근 공모시장이 위축되면서 사모증자를 계획하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코스닥 상장사들이 이른바 ‘버티기 모드’에 돌입했다. 너나 할 것 없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자금 조달 창구에서 소위 ‘상장사 프리미엄’이 사라진지는 이미 오래다. 주식-부동산-설비 등 유형자산은 물론 직접 자기주식을 처분을 통해 운영자금 확보에 나서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들어 자기주식 처분을 공시한 코스닥 상장사는 총 17개사, 건수로는 20개건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 7건 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세배 가까이 급증한 셈이다.

회사측이 밝힌 처분 목적은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자기주식교부가 총 11건으로 가장 많았다. 특히 임직원 상여금, 운영자금, 개발비, 운전자금 확보 등 실질적으로 유동성 확보가 목적인 자기주식 처분 결정 역시 9건에 달한다.

오스템임플란트가 현금유동성 확보 및 재무 건전성을 위해 95억2565만원 규모의 자기주식 처분을 결정해 규모면에서 가장 많았다.

이밖에 디지털텍이 자금조달 및 자본효율성 제고를 목적으로 29억2800만원, 현대디지털테크가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12억1121만원, 버츄얼텍이 개발비 및 운전자금 확보 목적으로 9억7800만원 규모의 자기주식 처분 결정 사실을 공시했다. 증시 관계자는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업들이 필요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며 “유형자산, 자기주식 등 유동성 확보를 위한 상장사들의 자산 처분 행렬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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