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 명의 로또1등 당첨자, 몰래 만나 하는 이야기 들어 보니…

입력 2012-07-25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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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에 당첨될 확률만 814만분의 1이라고 한다. 로또 1등 당첨자를 2명도 아닌 3명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런 확률을 뚫고 또 서울과 경상도, 충청도 등지에 흩어져 사는 이들이 한꺼번에 모이기란 분명 흔한 일은 아니다.

이들은 편의상 서로를 477회(40대•당첨금 19억1900만원), 487회(20대•당첨금 16억3800만원), 501회(30대•당첨금 30억원)라고 불렀다. 각자가 로또 1등에 당첨된 회차에 따라 부르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오프라인 상에서 남에게 자신이 로또 1등 당첨자라고 결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날 모인 사람들 앞에서는 자신 있게 말했으며 허심탄회하게 얘기도 곧잘 나눴다. 아래는 1등 당첨자들의 대화 내용이다.

▷ 487회=셋 중 내가 당첨금이 제일 적다. 이제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내가 당첨됐던 487회 바로 다음다음 회차인 489회 로또추첨에서는 21억이 당첨금으로 나왔던데, 이왕이면 그 때 내가 당첨됐어야 했는데…하는 생각도 솔직히 들긴 했다.

▷ 477회=원래 다 그렇다.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 나도 19억 당첨자지만, 세금을 내고 나니 수령액은 13억이 되더라. 사실 10억 대의 돈은 그렇게 부자로 살 수 있는 돈은 아니다. 하지만 빚을 청산하게 됐다는 사실만 놓고 봐도 이건 엄청난 행운이다.

▷ 501회=나는 30억원에 당첨됐는데, 세후 20억원 정도를 수령했다. 아직까지 당첨금을 어떻게 사용할 지 최선의 방법을 찾느라 20억원은 그대로 통장 속에 고이 들어있다. 절대로 원금을 손해 보는 투자는 하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다. 주식은 당연히 안 된다. 이익이 적더라도 원금을 깎아먹지 않는 투자 상품을 고르려고 하는데 이 결정이 쉽지는 않다.

▷ 477회=나도 당첨금 활용 방법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내가 이용하던 로또정보사이트(lottorich.co.kr)를 통해 소개받은 금융사에서 생애주기별로 필요한 자금 계획을 상담 받았고, 그래서 지금은 든든하다. 노후대책을 그 플랜에 맞춰 짜니 마음이 편하다. 결혼을 아직 하지는 않았지만 자녀 교육 자금 등을 미리 염두 해 포트폴리오를 짜놨다.

▷ 477회=형들을 보면 나는 아직 무계획이다(웃음). 일단 한 통장에 돈을 다 묶어뒀으니 원금을 손해볼일은 없긴 하다. 매달 꼬박꼬박 나오는 이자만 받는 통장을 따로 만들었다. 재테크가 제일 고민인데, 좀더 생각해봐야 할 문제다.

▷ 477회=난 최근에 차를 바꿨다. 사실 기존에 몰고 다니던 차를 구입한 이후 내게 행운이 펑펑 터져 ‘행운의 복 차’로 여겼었는데, 이 복덩어리가 결국은 제 명을 다했는지 고속도로에서 멈춰서고 말았다. 다행히 갓길까지 나를 안전하게 인도해 준 후 멈춘 것을 보니, 마지막 순간까지 내게 행운을 줬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를 수리하게 되면 250만원 정도가 필요하고, 추가로 더 요금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신차를 구입했다.

▷ 501회=나도 중고차를 구입했다. 새 차를 사기에는 돈도 아깝고, 하루 아침에 너무 좋은 차를 타고 다니면 주변에서 의심을 살 수도 있고 해서 중고차를 샀는데 만족한다.

▷ 477회=501회는 당첨된 지 아직 2주밖에 되지 않았고, 근래 들어 가장 큰 액수인 30억원을 받았기 때문에 아직 걱정이 좀 될 것 같다. 하지만 요새는 매주 1등 당첨자가 나오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전 주 당첨자는 금방 잊혀진다(웃음). 걱정하지 마라. 당첨된 후 초기 2주가 보안 문제 등에 있어서 중요한데, 501회는 잘 하고 있는 것 같다. 신변안전 문제는 어디까지나 자신이 철저히 지켜야 하는 문제다. 사실 난 철저하게 신분을 숨겼기 때문에, 아직도 내 상황이 힘든 줄 알고 오히려 주변 사람들이 나서서 날 도와주려고 하기까지 한다.

▷ 501회=나는 가족∙친척 일부에게 사실을 털어놓았는데, 감옥이 시작된 기분이다(웃음). 친구들과 저녁을 먹다가 조금만 늦어도 집에서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전화통에 불이 난다. 어디냐, 언제 오느냐 등 로또에 당첨된 후 가족∙친척들과 어머니가 자나깨나 내 걱정뿐이다. 오죽하면 당첨 사실을 알리자마자 어머니께서 걱정이 되셨는지 내가 있는 곳으로 한달음에 달려오셨다. 집 현관 비밀번호도 수시로 바뀌어 나도 잘 모를 때가 있다.

▷ 487회=처음엔 다 그렇다. 우리 어머니도 처음엔 정말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이제는 한시름을 더신 듯하다. 로또에 당첨된 이후 한 달 정도 지나면 괜찮아지더라. 오히려 요즘에는 ‘로또 당첨자 인터뷰 하러 안 가냐’고 먼저 물으실 정도다.

▷ 501회=다른 분들은 당첨의 행운을 안겨준 로또정보사이트(lottorich.co.kr)와 인터뷰를 진행했던데, 난 아직 인터뷰를 하진 않았다. 다만 후기 글을 올렸는데, 그 직후 `로또 1등 효자남` 이란 꼬리표를 달게 됐다. 선플, 악플이 다 달렸는데, 악플이었지만 내게 큰 깨달음을 준 것도 있다. 바로 ‘로또가 됐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음 불효남이었다’는 지적이다. 사실 매주 수만원 돈 되는 돈을 모아 어머님께 효도 먼저 하지 그랬냐는 네티즌 말에 머리가 띵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정말 로또가 안됐다면, 계속 그렇게 돈을 쓰면서 불효를 저질렀을 수도 있겠다 싶어 내 자신을 반성했다. 그리고 이제라도 어머님께 정말 더 잘 해드리자는 마음을 다잡는 기회를 줬다.

▷ 487회=난 처음엔 내가 쓴 후기에 달린 댓글로 다 챙겨봤는데 지금은 보지 않는다. 간혹 내가 쓴 후기를 검토할 때면, 댓글이 많아 다 읽지 못하고 스크롤을 쭉쭉 내리다가도 악플은 왜 그렇게 내 눈에 잘 띄는지…. 요즘은 속상해서 그냥 안 보려고 한다.

▷ 477회=20~30대 당첨자와 40대 당첨자의 차이인지, 내게는 축하한다는 댓글이 대부분이었다(웃음). 내가 워낙 큰 빚에 시달리고 있었고 결혼도 못한 채 부모님을 혼자 모시고 사는 게 딱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악플이 많다면 아예 보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겠다.

이들은 누구에게도 말 못할 부분까지도 털어놓으며 서로의 아픈 곳을 보듬었다. 2시간을 훌쩍 넘어 진행된 대화는 여름 휴가 계획을 얘기하며 정리하는 분위기가 됐다. 세 명 다 직장을 다니거나 프리랜서로 자신의 일을 하고 있는 탓에, 가족들과 모처럼의 휴가계획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꼭 여름 휴가가 아니더라도 가족들과 제주도 여행이라도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들은 서로의 건강을 챙기며 이후 만남을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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