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카이스트·KAIST) 총장의 퇴임이 당분간 연기됐다. 다만 서 총장이 오명 이사장에게 모든 문제를 일임하기로 해 서 총장의 퇴임 자체는 공식화된 것으로 보인다. 오 이사장과 서 총장은 향후 협상을 통해 서 총장의 거취 문제를 결정하기로 했다.
카이스트 이사회는 20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서 총장 계약해지건 처리를 유보했다. 앞서 카이스트 이사회는 서 총장에게 자진사퇴를 종용했고 서 총장이 이를 거부하자 이사회에 계약해지 안을 상정한 바 있다.
이날 아침 오 이사장과 서 총장은 이사회가 시작되기 전 1시간30분 가량 장시간 이야기를 나눈 뒤 예정된 회의시각보다 40분 늦게 회의장에 입장했다. 회의에서 오 이사장은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계약해지안을 논의하지 않을 것을 요청했고 이사진들이 이를 받아들였다.
서 총장의 거취 문제는 다음 이사회로 넘어가게 됐다. 향후 오 이사장과 서 총장은 서 총장 거취에 관련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오 이사장과 서 총장은 앞으로 서 총장 거취 문제와 관련해 협상을 진행하게 되며 여기에서 합의된 사항을 이사회가 다시 의결한다.
이사회에 따르면 서 총장의 사퇴 자체는 기정사실이 됐다. 곽재원 이사는 “사퇴를 기정사실화하되 계약해지나 해임 여부는 이사장에게 전권을 위임해 처분을 따르기로 한 것”이라며 곽 이사는 “차기 총장 등 수습방안을 만들겠다는 것이지 퇴임은 무조건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서 총장 측의 입장은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총장의 법적 대리인 이성희 변호사는 “특허도용 의혹 등 서 총장과 관련된 쟁점의 진상 규명을 해보고 거취 문제를 결정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사퇴 여부는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새벽부터 회의장 주변에는 서 총장 계약해지를 지지하는 KAIST총학생회 소속 학생 50여명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 30여명이 나와 오 이사장과 서 총장을 기다렸다. 학생과 교수들은 서남표 총장의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해임을 촉구했다.
2006년 카이스트 총장으로 취임한 서 총장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다. 특히 영어 강의를 의무화하고 성적이 낮은 학생에게 징벌적 등록금을 부과한 정책은 학생들의 연이어 자살사태를 낳으며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