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침체 해법 없나
건설사들의 경영 악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화됐다. 특히 발전·플랜트·토목 등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지닌 대형 건설사와 달리 주택전문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주택경기 침체로 급격히 늘어난 미분양이 직접적인 화근이 된 것이다.
실제 동문건설, 월드건설, 동일토건, 중앙건설, 신도종합건설, 우림건설, 풍림산업 등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를 보면 주택사업 비중이 많게는 80%를 넘을 만큼 포트폴리오가 주택사업에 집중돼 있다. 이들이 주택사업을 위해 빌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은 막대한 이자 부담으로 돌아왔고 결국 부도로 이어졌다.
◇주택시장 구조변화 엇갈리는 시각 = 많은 전문가들은 현 주택시장의 가장 큰 불안요인을 ‘주택구매심리 저하에 따른 거래 침체’에서 찾는다. 주택거래는 2007년 이후 10만호를 밑도는 수준이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서울·수도권 지역은 거래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곧 신규주택 입주지연, 전세시장 불안으로 확대되고 있다. 더욱이 금리인상 압력으로 가계대출 부담도 늘어나면서 시장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국민들의 생각을 들여다 보면 향후 주택시장에 대한 전망이 크게 엇갈린다.
먼저, 최근 등장한 분석 중 하나가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이 일본과 같은 장기 침체 구조로 진입했다는 시각이다. 주택보급률이 110%에 육박하고, 주택가격도 성숙시장 단계로 접어든 상황에서 향후 인구감소와 저성장기조 정착 등으로 주택수요는 추세적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같은 대세하락 국면에서는 주택을 보유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 임차로 거주하는 것보다 더 크다. 예컨대, 신축주택을 보유한 경우 30년이 지나면 노후화로 토지를 제외한 건물가격이 제로에 가까워지기 때문에 대출이자, 보유세, 수선비용 등을 감안하면 임대료 비용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구는 감소하지만 가구 수가 주택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일정한 조정국면을 거쳐 서서히 회복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특단의 대책이나 규제 완화 등 정책적 뒷받침 없이는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최희갑 아주대학교 교수는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개최한 ‘부동산 시장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가계 위주로 투자가 이뤄진 만큼 집값 거품이 크지 않아 장기침체 현상을 보이는 일본과는 다르다”며“다만, 시장 활성화를 위한 연착륙 정책이 지속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택시장 3대 현안 실현여부‘미지수’ = 현재 주택시장의 3대 현안으로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취등록세 감면’을 들 수 있다.
이중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지난 17일 고위 당정회의에서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적극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들은 민주통합당을 최대한 설득해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야당과 시민단체의 반대가 여전해 국회 통과 여부는 여전히 장담할 수 없다. 더욱이 분양가 상한제 폐지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주장들도 쏟아지고 있다.
건설업계 역시 분양가 상한제 페지에 거는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다. 오히려 DTI 규제 완화(또는 폐지)나 취등록세 감면이 시급하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그러나 DTI 규제 완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칼자루를 쥔 정부와 금융권이 “(DTI 규제 완화가) 가계 부채를 늘리고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절대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서다.
취등록세 감면 역시 요원해 보인다. 정부가 지자체와의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등록세는 지방 세수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따라서 서울시 등 지자체는 세수 감소를 우려, 취등록세 감면을 꺼려하고 있다. 취득세는 지난해 말까지 9억원 이하 주택과 1주택자에 대해 1%가 적용됐으나 올해 2%로 올랐다. 9억원 초과와 다주택자는 지난해 2%에서 올 4%로 높아져 주택거래를 옥죄는 대표적인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 폐지가 국회 통과를 기다리고 있지만, 어차피 건설사가 아파트 가격을 올리기 힘든 현 시점에서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대출규제 완화와 취등록세 감면도 벌써 이뤄졌어야 했는데 늦은 감이 있다”며 “고사 상태인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