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끝에서 길을 묻다”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낭떠러지 증시 상황을 맞아 국내 대표적인 운용사 CEO 3인에게 하반기 투자 해법과 투자자 조언을 들어봤다.
현재 남유럽 신용경색으로 연초부터 갈팡질팡하던 국내 증시는 최근 혼조세의 절정을 거닐고 있다. 더욱이 6월 증시는 유로존의 정치적 리스크에 따라 변동성이 확대되는 불안정한 시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대표 운용사인 한국투신(액티브 주식형펀드), 우리자산운용(패시브, ETF), 신영자산운용(가치주펀드)의 최고 사령탑인 CEO들은 하반기 변동성이 높아지는 만큼 투자자 입장에선 성급한 투매를 자제하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성급한 투매 대신 장기분할 매수로 대응하며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이 관측되는만큼 ‘배당주, 혼합형 펀드’에도 관심을 기울이라고 당부했다.
국내 대표적인 펀드사관학교인 한국투신운용 정찬형 사장은 올 하반기 증시는 저점을 높여가는 흐름으로 흘러가는 변동성이 큰 장세가 될 거라고 내다봤다.
오는 20일 FOMC에서 추가 통화 완화 정책 가능성이 감지 되지만 기대심리와 실제 경기 지표간의 괴리가 교차중인데다 유럽 문제도 남아 있기 때문.
정 사장은 효과적인 투자전략과 관련 “현재 주식 벨류에이션 투자 메리트를 감안하면 적립식 형태의 주식형 펀드가 가장 유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또 경기 회복이 매우 더딜 경우 2,3등주로의 종목 확산이 쉽지 않고 이럴 경우 벨류에이션 논리 또한 원활히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대형주 펀드가 더 유리하다”고 밝혔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선 성급한 투매 대신 주식형 상품 중심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분할매수 전략이 낫다는 충고다.
향후 경기 회복에 따른 포트폴리오 전략으론, 아시아 이머징 국가의 성장을 반영한 포트폴리오를 활용하라는 견해도 내비쳤다.
이같은 전망을 토대로 정 사장이 추천한 펀드는 정통주식형 펀드와 수익과 안정성 모두 중위험, 중수익으로 설계한 펀드가 주류다. 일례로 기업의 펀더멘털을 중장기적으로 분석해 장기 성장 가능성이 높으나 상대적으로 저평가 된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한국투자네비게이터증권펀드주식형’ △상관 관계가 낮은 전세계 자산군에 분산투자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한국인의 눈높이에 맞춘 ‘한국투자글로벌타겟리턴증권펀드주식혼합-재간접’ △주식보다 낮은 위험 수준의 채권에 투자하면서 매력적인 이자수익을 추구한 ‘한국투자베어리아이일드증권펀드채권-재간접’ 등이다.
우리자산운용 차문현 사장은 효과적인 투자자 전략과 관련 현재가 연중 최하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번에 돈을 쏟기 보단 추가 하락시 마다 분할 매수 하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차 사장은 “그러나 변동성 장세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개별 종목 및 시점을 연구해 가며 분할매수 하기엔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장세에선 직접 투자 보단 적립식 주식형 펀드에 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며 “또한 하락장에서 이미 큰 충격을 받은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펀드 위주로 접근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밝혔다.
대형 우량주 위주로 대응하는 정통주식형 펀드 △ 지수를 추종하며 안정성을 추구하는 인덱스펀드 △ 비교적 보수가 저렴하고 저렴하고 분산투자가 가능한 ETF 등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리자산운용의 대표펀드 중에선 대형우량주 위주로 구성된 모델 포트폴리오 기반으로 투자 자산의 30%정도를 시장 선도주에 투자하는 ‘우리행복을드리는증권펀드’(주식형) △KOSPI 200지수를 추종하며 다양한 전략으로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우리코리아인덱스펀드’ △MK머니마켓지수를 추종해 잔존 만기 3~10개월의 통안채, 특수은행채, AAA등급 시중은행 등 총 12종목에 투자하는 ‘우리KOSEF단기자금 ETF'를 꼽았다.
하반기 운용전략과 관련 차 사장은 “세계 경제 둔화의 직접적 타격을 받는 Commodity위주의 업종(원자재 비롯 화학, 정유, 철강 등) 보다는 재고 정리의 수혜를 받는 내구성 소비재(자동차, IT 등)에 대한 비중을 비교적 높게 가져가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면서 “또 아직 유럽 문제 등으로 추가 하락이 주의 되는만큼 주식편입비중을 극대화 하는 전략을 지양하고 문제가 해결되는 시점에서 신속히 공격적으로 상승 추세에 대응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적인 가치주펀드 명가 신영자산운용의 이상진 사장은 하반기 증시 역시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고 이에 따른 대응전략으로 혼합형펀드와 배당주펀드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당부했다.
대외적으론 유럽사태 등이 3~4년간 발목을 잡고 국내 경제 역시 가계부채 비중 증가와 부동산 침체로 저성장 국면이 불가피 하다는 판단이다.
11일 기자와 만난 이 사장은 “전반적으로 전 세계 경제가 저성장 국면으로 진행중인데 이같은 국면에서 성장형 펀드는 대안이 아니다”라며 “결론적으로 혼합형펀드나 배당주, 가치형 펀드가 저성장 국면에서 투자하기 알맞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 국고채 금리가 20년만에 처음으로 3.7% 밑으로 내려간 저금리 상황에서 향후 배당수익률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 통상 부채가 별로 없는 가치주 종목들도 지금까지 쌓아온 현금으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 전개되면서 배당여력을 높일 거라는 관측인 셈이다.
이 사장은 “국고채, 일반은행 금리보다 배당매력이 더 높아지는 시점이 머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투자자들이 성장형 펀드에 100% 몰빵 하기 보다는 주식형을 50% 미만 낮추고 가치형, 배당형 펀드로 갈아타는 것이 바람직 하다”고 당부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이 사장이 추천하는 펀드는 전통 고배당주 집중 투자펀드인 ‘신영밸류고배당주식형’와 ‘신영고배당주식형’, 그리고 주식형 비중을 60% 미만 지니는 혼합형 ‘신영아이젠60증권투자신탁펀드’다.
한편, 이 사장은 최근 어려운 가치주펀드 운용사의 심정을 사자성어로 빗대 눈길을 끌었다.
그는 “현재 가치주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들은 늙은 천리마는 마굿가에 엎드려 있지만 뜻은 천리에 가 있다 ‘노기복력재지천리’(老驥伏?在志千里)같은 심정일 것”이라며 “그동안 다소 움추려 있었지만 곧 가치주나 배당주펀드에 투자하면 우수한 수익률로 보답 할 수 있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힘 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