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유로 구제금융 신청...17일 그리스 총선 등 6월이 재정위기 사태 분수령
스페인의 구제금융 결정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국)이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재정위기 사태는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차기 뇌관’ 스페인의 은행권 붕괴 불안은 일단 진정됐지만 구제금융 규모가 급증할 수 있는데다 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공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루이스 데 귄도스 스페인 경제장관은 지난 9일(현지시간) 유로존 재무장관들과 전화회담을 가진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은행권 자본확충을 위해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페인은 이로써 유로존에서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에 이어 네 번째로 구제금융을 받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구제금융 규모는 1000억유로가 될 전망이다. 이는 스페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10%에 이르는 것이다.
구제금융 결정에도 스페인 경제를 둘러싼 먹구름은 걷히지 않고 있다.
스페인의 은행권 부실채권은 지난 3월 기준 1480억유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구제금융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11일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조사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다.
민간 컨설팅업계의 보고서는 오는 21일부터 공개된다.
일각에서는 스페인 은행권에 대한 지원이 최대 2500억유로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은 “민간 업체의 감사 결과에 따라 지원 규모가 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의 은행권 구제금융이 특혜라는 비난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유럽재정안정기금(EFSF)과 유로안정화기금(ESM)이 스페인 은행지원기금(FROB)에 지원하고, FROB이 스페인 은행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는 방식이다.
은행권 지원에만 한정되는 셈으로 EU는 스페인 정부의 재정주권에 대해서는 간섭을 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달 말까지 3주가 유로존 재정위기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프랑스 총선 최종 결과와 그리스의 2차 총선은 물론 월말에는 EU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와 프랑스는 오는 17일 2차 총선을 치른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의 2차 총선이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를 묻는 국민투표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긴축을 외치는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긴축을 주도해 온 신민당을 제치고 제1당으로 부상할 경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는 물론 국가부도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내다봤다.
프랑스 역시 좌파가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유로존의 긴축을 주도한 독일과의 갈등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는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당을 비롯해 사회당 녹색당 좌파전선 등 좌파계열 정당들의 득표율을 47%대로 예상했다.
EU 정상들은 오는 28일 회담을 갖지만 뚜렷한 해결 방안을 도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로존 재정위기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도 불안이라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번 주 전세계 주요 17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전망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여기에는 JP모건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씨티그룹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미국 주요 은행 다섯 곳도 포함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