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선룰’로서 박 vs. 김·이·정(비박) vs. 임·안(중립) 선명화
새누리당 대권구도가 재편되고 있다. 당초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상대로 나머지 군소 주자들이 비박(非박근혜) 진영을 이룬 모습이었으나, 이들 사이에서도 세력이 분화되고 있다. ‘대세론’을 형성한 박 전 위원장, 이에 맞선 ‘비박주자 3인’(김문수·이재오·정몽준), 그리고 중립세력인 임태희·안상수 진영으로의 개편이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인 건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다. 그는 시작부터 박 전 위원장과 대립각을 세워 비박 주자로 분류됐었다.
최근까지도 “박근혜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유신 문제’도 지적이 나올 것”이라고 했었고, 비박 주자들이 강하게 요구한 오픈프라이머리의 필요성을 주장 중이다.
그럼에도 그는 비박주자 3인과는 거리를 벌리며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그는 오픈프라이머리 요구가 받아 들여지지 않을 경우 경선에 불참하겠다는 비박 주자들과는 달리 경선에도 무조건 참여한다는 입장이다.
이는 비박 주자들 사이에 묻어가기보다는 자신만의 색깔을 내며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임 전 실장은 지난 달 22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도 “지향하는 바와 철학이 다르면서 정치적 이익을 목적으로 세를 모는 건 임태희 다운 정치, 임태희식 정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안상수 전 인천시장 역시 오픈프라이머리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경선 참여의 절대조건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안 전 시장의 한 측근은 “국민의 뜻이 반영되는 폭이 좀 넓어져야 한다는 측면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지지한 것이지 그 방법까지 다른 주자들과 같은 것은 아니다”라며 “그걸 조건으로 경선을 하고 안하고는 더욱 아니다”라고 말했다.
현재 지방을 돌며 민심을 살피고 있는 안 전 시장은 이번 주 서울 일정을 끝으로 40일간의 민생탐방을 마친다. 20일께 기자간담회를 열어 민생탐방의 간단한 소회와 여러 현안에 대한 입장도 밝힐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비박주자 3인의 ‘경선 불참’ 카드가 대권구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내에선 “별 파괴력이 없을 것”(친박 핵심 인사)이라는 의견과 “상징적으로나마 박 전 위원장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비박 진영)이라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비박 주자들이 탈당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박근혜 압박용’ 해프닝으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