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고위 관계자는 11일 “정부와 협의를 통해 외환은행 지분에 대한 관리 및 처분권한을 가져오겠다”고 밝혔다. 한은이 외환은행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만큼 매각 절차 및 방법을 정하는데 있어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은이 외환은행 지분을 갖게된 건 1967년 외환은행이 외국환전문은행으로 설립되면서부터다. 한은은 외환은행에 출자해 최대주주가 됐다. 외환은행이 1989년 민영화되면서 지분 비중은 줄었다. 현재는 외환은행 지분 6.12%(3950만주)를 가지고 있다.
외환은행법폐지법률안 부칙 제8조는 ‘한은의 외환은행 주식 매각방법 및 절차는 재정부 장관에 정하는 바에 의한다’고 규정했다. 한은이 외환은행 매각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재정부 장관의 위임이 필요하다.
김성용 성균관대법학대학원 교수는 “통상 이 같은 법률은 장관령으로 규칙을 제정해 위임을 하는데 ‘한은 총재에게 일임한다’고 정하면 부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은이 외환은행 매각권한을 위임받으려 하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은이 금융권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외환은행의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는 장기적으로 외환은행 지분을 90% 넘게 보유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한은이 가진 외환은행 주식을 사야만 한다는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한은법 103조는 한은이 영리기업의 소유 또는 운영에 참여할 수 없도록 돼 있음에도 외환은행 주식을 장기 보유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외환은행 폐지법률안은 매각에 필요한 기간 동안 한은법 103조를 적용받지 않는다고 규정했지만 23년은 지나치게 길다는 지적이다. 한은 고위관계자는 “당장 외환은행 지분을 팔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