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성권 활용해 좌파정부 세울 터…17일 2차 총선 가능성 대비
그리스 정부를 구성할 권한을 가진 알렉시스 치프라스 급진좌파연합(시리자) 대표가 8일(현지시간)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받아들여 옛 양대 정당은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한 약속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프라스 대표는 카롤로스 파풀리아스 대통령과 면담후 이같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치프라스 대표가 이끄는 급진좌파연합은 지난 6일 총선거에서 득표율 16.78%로 전체 의석 300석 가운데 52석을 확보해 일약 제2당으로 도약했다.
제1당인 신민당은 108석을 확보해 정부 구성 권한을 먼저 받았지만 안토니스 사마라스 당수는 정부 구성권을 반납했다.
사마라스 당수는 “이처럼 중요한 국면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리스는 헌법에 따라 제1당이 사흘간 정부 구성을 하지 못하면 제2당이 그 권한을 넘겨받는다.
제2당에 이어 총선에서 41석을 차지한 제3당 사회당도 정부 구성을 하지 못하면 2차 총선을 치러야 한다.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 등은 치프라스 대표가 30여년간 권력을 과점한 신민당과 사회당을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연립정부가 올 초 단독으로 구제금융안의 의회 비준을 받고 긴축 재정을 약속한 데 대해 “이번 총선에서 구제금융에 반대한다는 민심을 재확인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사회당과 신민당 등 연정에 참여한 양당은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외국에 한 약속을 철회하겠다고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정이 긴축 재정을 즉각 철회하고 폐지된 노동조합의 단체협상권 회복·의원의 회기 중 불구속권 철회·그리스 은행에 대한 조사·그리스 공공적자를 조사할 국제 위원회 구성 등 5개항을 실천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는 “누가 그리스를 통치하느냐에는 관심이 없다”면서 “무엇보다 그리스의 장래가 어떻게 결정되느냐, 민의가 어떻게 반영되느냐가 더 중요한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치프라스는 10석을 차지한 민주좌파 지도자들을 만나는 한편 환경보호를 표방한 녹색당과 사회협약 등 원외 정당 지도자들과도 잇따라 접촉한다.
그는 파풀리아스 대통령과 면담하기 앞서 총선 유세 당시 급진좌파연합이 제안한 범좌파 연합을 거부한 공산당 지도자와 전화로 통화했다.
공산당은 26석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헌법이 부여한 사흘간 정부 구성권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며 자신이 비난한 기존 연정을 구성한 신민당과 사회당과도 협상할 용의가 있다고 시사했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그리스 정부가 2차 총선을 준비하고 있고, 총선 시기는 내달 17일이 될 것이라고 익명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