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의 학생인권조례가 시행 100일째를 맞았지만 서울시내 중고교생 대부분은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일 ‘서울학생인권조례 정착화를 위한 청소년네트워크’가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서울시역 중고교생 1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학생의 80.9%가 ‘학교에서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는 문항에 ‘들어본 적은 있지만 잘 모른다’는 응답이 34.8%, ‘전혀 모른다’는 응답이 22.0%로 조사돼 절반이 넘는 학생이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 반면 알고있다 29.7%, ‘매우 잘 알고 있다’고 답한 학생은 13.1%에 그쳤다.
학생인권조례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두발에 대한 단속과 체벌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응답학생의 72.5%는 여전히 두발규제가 존재한다고 답했다. 2명 중 1명 꼴인 48.8%의 학생은 학교 내에서 체벌이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학칙이 전혀 바뀌지 않았다고 대답한 학생도 34.7%나 됐다. 학교 내에서 과도한 벌점 및 징계 남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응답은 45.4%, 일괄적인 휴대폰 강제압수가 이뤄지고 있다는 학생은 43.1%였다.
이날 청소년네트워크를 비롯한 진보성향의 29개 시민단체는 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시도교육청을 통해 일선 학교에 학칙 제·개정을 안내하기로 한 데 대해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생인권조례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앞서 3일 서울교육청 회의에서 곽노현 교육감 역시 “학생들이 이구동성으로 ‘변화를 느낄 수 없다’고 말한다”며 교육청 간부들을 질책했다. 서울교육청 본청과 각 지역지원청에서 아무런 행사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에도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한편 교과부와 교육청의 입장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교과부는 3일 서울시 각 급 학교가 학생인권조례에 구속되지 않고 학생의 두발·복장을 단속하거나 소지품을 검사할 수 있다는 내용의 안내문을 각 급 학교에 발송할 것을 시도교육청에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