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신형 싼타페, 조용하고도 무서운 ‘도시형 SUV’

입력 2012-04-28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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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엔진음 속 숨겨진 가속 성능 일품…스마트 텔레매틱스 ‘블루링크’ 먼 거리서도 ‘척척’

현대자동차가 7년 만에 중형 SUV 싼타페의 신형 모델을 출시했다. 2000년 출시된 1세대, 2005년 출시된 2세대의 뒤를 잇는 3세대 모델이다.

싼타페는 국내 SUV 차급의 명차로 당당히 이름을 올릴 정도로 지난 10여년간 성능과 디자인에서 높은 점수를 따왔다. 이번에 만나본 신형 싼타페도 혁혁한 공적을 세웠던 이전 모델의 명성을 그대로 이어받은 느낌이었다.

지난 26일 오후 현대차가 주최한 신형 싼타페 미디어시승회를 통해 신형 싼타페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었다.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을 출발해 울산 정자해변을 오가는 왕복 150㎞ 구간을 시원하게 달려봤다.

출발 전에 만나본 싼타페의 디자인은 시원하고 역동적인 이미지가 돋보였다. 둥글둥글한 느낌이 강했던 이전 싼타페보다 날카로운 맛이 더해졌다. 그러나 언뜻 보니 싼타페만의 독창적인 이미지가 강해졌다는 느낌보다, 오히려 투싼과 이미지가 중첩된다는 느낌도 들었다.

실내는 좀 더 넓어진 느낌이었다. 보통 남성보다 덩치가 큰 기자가 앉았을 때 큰 불편이 없을 정도로 편안했다. 시트를 굳이 뒷좌석 쪽으로 밀지 않아도 두 다리를 펴기에 부담이 없었다. 외장은 물론 실내 디자인 편의성까지 신경을 쓴 현대차의 노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신형 싼타페는 안과 밖에서 육각형 모양의 디자인을 유독 강조했다. 현대차만의 디자인 철학을 그대로 투영한 셈이다. LCD 화면이 중심이 된 센터페시아 부분은 커다란 육각형의 틀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눈에 보이기만 좋은 디자인이 아니라, 인체 공학적으로 설계된 디자인이기 때문에 운행 편의성이 한층 강화된 느낌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볼 시간. 기자가 시승한 차종은 2.2리터 R엔진을 얹은 4륜구동 모델이었다.

시승 중 날씨는 맑았으나, 부산~울산간 고속도로에는 꽤 센 바람이 불었다. 보통의 차라면 양 옆으로 심하게 흔들릴 수 있는 기상 환경. 그러나 싼타페는 흔들림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안정적인 움직임으로 고속 주행이 가능했다.

3세대 싼타페의 공차 중량은 2세대 모델에 비해 80㎏ 정도 가벼워졌다. 그럼에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했던 것은 과거보다 낮아진 높이 때문으로 분석된다. 무게 중심이 이전보다 아래로 내려간 덕분에, 바람이 세게 불어도 안정적으로 달릴 수 있었던 셈.

가장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은 역시 정숙성과 승차감이다.

음악을 끄고, 창문을 닫은 뒤 강하게 달려봤다. 디젤 차종에서 흔히 느낄 수 있었던 진동과 소음은 싼타페에서 체험하기 어려웠다. 특히 급가속 중 발생하는 엔진음도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시끄럽고 흔들리는 디젤 차’라는 편견을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직진 구간에서는 가속 성능과 강한 힘, 편안한 승차감이 돋보였다.

디젤 모델답게 강한 힘을 기반으로 치고 나가는 맛이 괜찮다. 순간 가속은 결코 빠르지 않다. 그러나 한번 가속이 붙기 시작하면 무섭게 질주한다. 그런 점에서 신형 싼타페는 가속 성능에 합격점을 줄 만하다. 조용하면서도 무섭게 치고 나가는 모습이 일품이다.

승차감은 고급 세단 수준의 안락감이 일품이었다. 빠른 속도 속에 숨겨진 진중함이 돋보이는 모습이었다. 코너링에서도 합격점을 줄 만하다. 상대적으로 빠른 속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코너 주행이 가능했다.

최고출력 200마력의 힘을 내는 신형 싼타페 2.2리터의 1리터당 공인 연비는 12.4㎞. 실제 주행 결과 나온 평균 연비는 10.3㎞ 수준이었다. 고속 주행 구간이 많았고, 급가속을 했기 때문에 연비가 낮게 나왔다. 그러나 정속주행을 한다면 공인연비 수준의 우수한 연비를 나타낼 수 있을 듯하다.

신형 싼타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큰 장점은 역시 스마트폰 기반의 텔레매틱스 서비스인 ‘블루링크’ 시스템이다.

블루링크 서비스 중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스마트 컨트롤’ 기능. 스마트키가 없어도 문을 열고 잠글 수 있고, 시동도 켜고 끌 수 있다. 또 시동을 켤 때 에어컨이나 히터를 작동시켜 차 내부 온도를 미리 설정하는 기능도 갖추고 있다. 거리가 멀어도 통신 전파만 통하면 안 되는 것이 없다.

다만, 스마트폰으로 명령을 내린 후 실행에 옮겨지는 것까지는 약 20~30초의 시간이 소요된다. 블루링크는 와이파이와 3G 전파를 통해 시스템이 구동된다. 때문에 통신 환경에 따라 진행 시간이 달라진다.

블루링크 시스템을 사용해 본 결과, 과거 현대·기아차의 주요 차종에 반영된 ‘모젠’에 비해품질이 한 단계 진화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스마트폰을 시스템의 중심으로 끌어들여,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한층 배가시켰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신형 싼타페는 도시형 SUV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명차임은 틀림없다. 조용함 속에 숨겨진 강력한 힘과 무서운 질주 본능은 국내 SUV 차종 중 단연 톱클래스라고 인정할 만하다.

문제는 가격이다. 시장을 감동시킬 수 있는 착한 가격이 나오느냐에 따라 싼타페의 흥행 여부가 좌우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쌀 경우 획기적인 성능에도 불구하고, 비싼 가격 탓에 흥행 참패를 기록했던 i40 왜건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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