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美 쇠고기 파문 말 바꾼 농림장관

입력 2012-04-2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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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헌 사회생활부 기자

“일부 국민이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 정부를 믿어달라.”

지난 26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처한 서규용 농수산식품부 장관이 기자들을 향해 던진 첫 마디는 2008년 쇠고기 사태 당시 정운천 전 장관이 한 말과 똑같았다.

예정에도 없던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서 장관은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기에 바빴다. 정부관료다운 면모는 보이지 않았다.

한 시간가량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서 장관이 한 말이라곤 “검역중단 상황 아니다” “오해 있다” “정부를 믿어달라”는 3가지였다.

가끔 기자들의 날 선 질문에는 신경질적인 모습으로 답변하는 등 한 나라의 장관이 맞는지, 이곳이 기자회견장인지 조차 의심스러웠다.

장관의 이런 ‘당당한’ 모습을 본 농식품부 직원이라 그런 것일까.

광우병으로 국민적 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들에게 국민의 우려는 안중에도 없어 보였다.

농식품부 한 직원은 동료들과의 대화에서 “어제 우리 차관님 TV 나오는 것 봤어? 쇠고기 때문에 너무 많이 나와서 스타되겠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웠다.

이런 농식품부 장관과 직원들의 모습은 2008년 데쟈뷰를 보는 듯하다. 당시 농림부 정운천 장관은 “정부를 믿어달라"는 말을 되풀이하다 촛불집회로 6개월만에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또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 당시 농식품부 축산정책단장을 맡았던 이상길 농식품부 제1차관은 MBC 100분 토론에 나와 “미국을 못 믿으면 아무것도 못한다. 월령·검역 시스템 등 (미국의) 위생조건을 못 믿으면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그는 촛불이후 산림청으로 발령났다.

그런데 4년 전 이상길 차관의 이런 과거의 발언을 서규용 장관에게서 듣게 된 것이다.

이런 발언들이 결국 2008년 미국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를 만들었고 결국 장관은 사퇴하고, 대통령은 머리를 숙였었다. 2008년의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부는 국민의 불안감과 여론에 귀 기울이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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