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명하 회장의 독선(獨善)때문이다. 이회장의 ‘막가파식’협회 운영이 회원들의 맹비난을 사고 있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지난해 11월 회장선거부터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명하 회장은 지난해 11월 23일 ‘당선되면 외부인사를 회장으로 영입하고 평회원으로 돌아가겠다’고 공약하고 프로골퍼 최상호를 제치고 회장에 당선됐다. 참석인원 523명중 267표를 얻어 17표차로 최상호를 제쳤다.
협회는 지난해 12월 31일로 임기사 만료되는 박삼구 회장의 업무공백을 막기위해 신임집행부를 구성했다. 회장을 포함해 전무이사, 이사 등 모두 15명.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에 이사로 등재됐다. 또한 원로 프로 김덕주를 자회사인 KGT 대표이사로, 윤광천과 이용희를 이사로 등재했다.
단, 신임집행부는 외부인사가 회장으로 영입되면 평회원으로 돌아간다고 약속한 이명하 회장을 비롯해 KPGA 모든 이사진과 KGT 대표이사 및 이사진들도 사퇴하기로 결의했다.
12월 말경 이명하 회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이사들이 동계훈련 또는 개인 사정 등으로 해외로 빠져나갔다. 그러나 KGT 김덕주 대표이사를 비롯해 이사진은 정상적으로 2012 시즌 준비를 하였고, 추성용 전무이사도 사무국 업무를 진행.
그러다가 일련의 웃지못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 1월 집행부 첫 이사회 때 이명하 회장은 잠시 귀국해 KGT 김덕주 대표이사와 윤광천 이용희이사를 해임했다. 그런데 재미난 일은 이 회장이 KGT 대표이사를 겸임했다는 것. 이구희와 추성용 을 KGT이사로 등재.
이명하 회장이 앞뒤가 안맞는 말을 한다. KGT 대표이사가 있어 외부인사 회장을 모시기가 어렵다며 공석으로 두자고 해놓고 자신이 그자리를 꿰찬 것. 코미디같은 일을 벌인 것이다.
하지만 이때 참석한 이사들은 ‘곧 외부인사가 회장으로 영입되면 모두 사퇴’하기로 했으니 이를 통과시켰다.
지난달 29일 열린 이사회.
이명하 회장은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외부인사 회장 영입건을 놓고 본인이 직접 외부인사 영입에 대한 권한을 임진한 이사에게 전권 위임한다고 하고 의사봉을 3회 두드렸다. 참석한 다른 이사들도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아울러 외부인사가 협회장으로 오면 처음에는 협회 관련 업무를 잘 모르실 수 있으니 전무이사는 프로출신이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나와 당시 외부에서 온 추성용 전무를 이사들의 동의 하에 해임조치했다.
여기서 다시한번 웃지못할 개그같은 일이 벌어진다. 추성용 전무는 3월1일자로 해임됐다. 그런데 해임된 추전무는 지난 16일부터 26까지 법인카드를 189만8860원이나 썼다. 협회 직원도 아닌 객식구가 어떻게 법인카드를 마음대로 썼는지 알 수 없는 대목이다. 더 심한 것은 추전무가 사용한 돈은 1월부터~2월말 2개월동안 카드사용금액(1095만4436원)을 포함해 무려 3895만4436원이라고 한다.(이응기 회원 이의제기)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자리다. 모두 회원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돈일텐데.
이달초 임진한 이사는 전윤철 전 감사원장님으로부터 어렵게 KPGA 협회장직 수락에 대해 승낙받았다.
여기서 문제가 또 발생한다.
회장의 외부인사 영입에 대한 권한을 임진한 이사에게 위임한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명하 회장은 독자적으로 안상수 전 인천광역시장 지난 9일 협회사무국 명의로 외부인사 회장으로 영입한다고 언론에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대해 이명하 회장은 “임진한 이사에게 외부인사 회장영입에 대한 권한을 넘겨준 건 사실이지만 이것은 풍산 류진 회장을 모셔오라는 것이었지 다른 분을 모셔와도 된다는 것은 아니었으므로 이는 무효이며, 현재 회장인 내가 외부인사를 영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때부터 집행부는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이명하 회장파와 그 반대파가 엎치락 뒷치락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인 것이다.
지난 14일 열린 이사회는 가관이다.
이명하 회장이 “회장직권으로 두분(전윤철, 안상수)을 본인이 직접 만나본 뒤 내가 직접 결정하겠다”라고 한 뒤 의사봉을 두드리고 일방적으로 퇴장했다. 이어 다른 이사 2명도 뒤따라 퇴장했다.
남은 이사 11명은 사무국을 통해 이명하 회장과 함께 따라 나간 이사들에게 회의장으로 복귀해 달라고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 두절됐다.
사건이 벌이진지 1시간이상 지난 후 협회 고문 변호사들에게 자문을 통해 김학서 부회장이 이사회 진행권한을 넘겨 받아 회의를 속개해도 된다는 답변을 듣고 회의를 속행. 윤재현 이사도 이사회의장을 떠났다.
남은 이사 10명은 지난달 2월 29일 열린 이사회 회의록 내용과 당시 회의 녹음 내용을 확인한 뒤 모든 것이 적법하고, 임진한 이사가 추천한 전윤철 전 감사원장 만장일치로 제15대 회장으로 추대키로 의결했다. 아울러 외부인사 영입을 위한 정관개정안에도 의결했다.
사건은 또 터진다.
다음날 15일. 이명하 회장은 협회 사무국에 와서 김창원 이사와 안치홍 이사를 일방적으로 해임한 후 이 사실을 당일 본인들에게 전화 통보. 그 대신 유건희, 이학배 회원을 새 이사로 선임했다. 그리고 지난 2월 29일 해임 조치된 추성용 전무도 16일자로 다시 복직시킨다고 통보했다.
새로운 이사 선임시에는 협회 정관 제14조 2항에 명시된 ‘임원의 임기 중 결원이 발생할 때에는 이사회에서 제적이사 과반수의 찬성으로 보선한다’는 내용을 명백히 위반했다. 원천무효라고 회원들은 주장한다. 하지만 이명하 회장 전횡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협회정관에는 이사 선출은 회장이 하도록 규정했지만 해임규정은 없다. 이사의 임기를 4년 보장한다는 조항을 둔 것은 임명직이지만 임기를 보장함으로써 소신껏 일하라는 취지는 상식인데도 정관을 정면 위배하고 있다는 것이 일부 이사들 주장이다.
추성용 전무의 복직 절차도 적법하지 않다는 게 김학서 부회장의 설명이다. 협회 정관 제15조를 보면 상근부회장, 전무이사는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 회장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지난 19일 이명하 회장은 또 다시 지태화,이응기 이사를 전격 해임조치했다. 게다가 협회 살림을 맡아하는 이정훈 사무국장을 아무런 이유없이 정직시켰다.
그런데 이렇게 ‘무대포식’으로 밀고가는 협회 운영을 이명하 회장이 단독으로 하고 있는 것일까. 대부분의 회원들은 이 회장 뒤에 누가 있다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명하 회장은 선거공약에서 ‘당선되면 외부인사 회장 영입후 이취임식도 안하고 떠나겠다’,‘5억원짜리 코리안투어 18개를 만들겠다’,‘플레잉 투어 10개를 만들겠다’,‘시니어투어도 10개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명하 회장 집행부는 대회일정도 못잡고 있다.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돼가고 있다.
급기야 임진한 회원이 협회탈퇴선언까지 했다. 보다못한 협회 창설공신과 원로들이 모여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협회가 정상적으로 돌아갈때까지 협회 사무국으로 출근해 지킨단다.
1968년에 창설된 한국프로골프협회. 창립한지 44년의 중장년이 되었건만 협회 운영은 저학년 수준이다.
5715명의 회원들만 답답하고 갑갑하다.
결국 이명하 회장의 무한 욕심으로 ‘밥그릇 싸움’은 협회의 명예를 실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한 회원은 어디가서 프로골퍼라고 하기가 창피하다고 했다.
협회 스스로 자정능력이 안되면 주무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를 받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아울러 협회 기금이 어디로 얼마나 새나갔는지 국세청의 조사도 함께 이루어지길 회원들은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투명한 협회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