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공천 좌지우지… 친이계 “경계”
친이(이명박계)가 주도했던 2008년 총선 공천과는 달리 이번 4·11 총선 공천은 친박(박근혜계)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공천 작업에 주도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은 사무총장겸 공천위원회 위원인 3선의 권영세 의원과 역시 공천위원인 초선 현기환 의원, 친박 재선 최경환 유정복 의원 등 4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출신인 권 의원은 본래 친박의 중심에서 활동하지 않았지만 최근 사무총장에 임명되면서부터 친박 핵심으로 떠올랐다. 현 의원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눈치 안보고 공천할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아 공천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언론인 출신의 최 의원은 초선 때부터 친박 모임 등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해왔으며 현 정부에서 지식경제부 장관을 지냈다. 유 의원은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최측근이다.
당 핵심관계자는 27일 기자와 만나 “현재 이 4명 의원들이 주도적으로 정무적 판단을 통해 공천을 좌우하고 있다”면서 “외부 공천위원들은 그저 기준에 따라 심사하는 역할 뿐”이라고 했다.
다른 관계자는 “친박 의원 몇몇이 공천을 주도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공천권도 없는 사람들이 공천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공천위원이 아닌 최 의원과 유 의원이 주로 대외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친박 뿐 아니라 친이 의원들과도 만나 공천 문제를 상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친이계가 대거 탈당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았을 때에도 이들 의원들이 친이계를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친이계는 일단 “공천학살은 없다”는 친박 측의 주장에 따라 당분간 집단행동은 자제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불만이 새어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몽준 의원은 26일 트위터에서 “새누리당의 공천이 내일부터 발표되는데 걱정의 목소리가 들린다. 소통이 안된다, 특정인이 좌지우지한다는 얘기가 나오고…”라고 말했다. 정두언 의원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에서 “현 공천과정은 구조상 특정 계파 외에는 접근이 차단됐다”며 “특정 계파라는 이유로 공천을 받는 사례가 있다면 그 결과는 감당하기 힘든 사태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친이 의원의 보좌관은 “친박 쪽에서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공천을 줄 것처럼 말하며 안심시키고 있는데, 이러다 나중에 뒤통수를 칠 것에도 대비하고 있다”며 탈당 시나리오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