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포퓰리즘 공약과 민의(民意)

입력 2012-02-24 10:43수정 2012-02-2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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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헌 부국장 겸 정치경제부장

어느 날 주나라 문왕(文王)이 그의 스승 태공에게 물었다.

“천하를 가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오?” 태공이 대답했다.

“땅에는 자연에서 얻은 온갖 재물이 있습니다. 이것들을 사심없이 만백성들과 함께 나누어 쓰려는 마음이 바로 인(仁)입니다. 천하는 결국 인(仁)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또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위급함에 처한 사람을 위기에서 건져주는 것을 가리켜 덕(德)이라고 합니다.

천하는 결국 덕(德)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싫어하거나 좋아하는 것을 헤아려 더불어 함께 좋아하는 것을 가리켜 의(義) 라고 합니다. 천하는 결국 의(義)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태공의 말에 문왕이 다시 물었다. “그것을 한마디로 쉽게 말해 주시오”. 태공이 지체없이 대답했다. 천하는 천자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만백성들의 것입니다. 태공의 말에 문왕(文王)이 감복했다고 한다.

최근 정치권에서 쏟아내고 있는 총선 공약을 보면 과연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고, 국민을 위하는 게 진정 무엇인지 생각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여야 할 것 없이 국민들의 환심을 사 총선에서 표를 얻겠다며 경쟁적으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10조원 이상 재정이 필요한‘무상의료정책’을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적자에 허덕이는 건강보험의 부담률을 90%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4조원 이상 재정이 필요한 기초생활수급자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낸다. 또 2조원 이상 필요한 소득하위계층 반값 대학등록금 지원 공약도 여야가 같은 생각이다.

새누리당은 사병월급 40만원으로 인상, 초·중·고교 아침 무상급식 실시, 고교 의무교육도 실시하겠다고 한술 더 뜬다. 모두 1조원 내외 재정이 필요한 정책들이다.

정부가 여야의 총선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재원이 필요한지 계산해 보았더니, 연간 67조원, 차기정부 5년간 무려 340조원이 필요하다고 한다. 올 한해 예산 325조원 보다 많은 금액이다.

매년 급증하고 있는 국가부채의 심각성을 알면서도 이같은 무책임한‘공약 꼼수’를 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2011년 말 현재 435조원으로 GDP 대비 35.1%로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은 물론 OECD 회원국 평균인 97.6% 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어다 보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경제전문가 100명이‘선심공약 중단 촉구선언’을 주도한 박동운 단국대 명예교수는 정부가 주장하는 국가부채에는 공기업, 지방정부, 한국은행 등의 부채가 빠져 있어 정부가 제시하는 수치만 믿고 안심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제외된 부분까지 포함한 우리나라 국가부채는 1204조원에 달해 이미 GDP 대비 100%를 넘었다는 주장이다. 결코 소홀이 들을 수 없는 지적이다.

정치권이 국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복지 혜택을 늘리려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특히 부의 편중으로 인한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저소득층을 위한 복지정책은 정부가 무엇보다 우선시 해야 할 정책이다.

그러나 재정 파탄으로 부도사태에 처한 유럽국가들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과도한 복지정책은 결국 ‘무상복지의 역습’ 으로 되돌아 올수 있다.

국민 복지도 국가의 건전재정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제공하는 ‘선택적 복지’가 옳다.

정치권은 지키지 못할 공약(空約)으로 국민을 현혹해 권력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대오각성(大悟覺醒)할 필요가 있다.

주나라의 문왕(文王)처럼 천하를 얻으려 하기보다 ‘천하는 만백성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국민들로부터 정치권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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