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 과다국 자동제재·비유로존 협약가입국에 정상회담 개방 등 이견
유럽연합(EU)이 30일(현지시간) 특별정상회담에서 ‘신 재정협약’의 최종안 타결을 추진한다.
신 재정협약은 유로존 위기의 산물이자 통화동맹을 재정동맹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교두보로 국가들 간의 통합을 가속화하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이 협약은 금융위기에 공동 대처하고 서로 지원하되 이른바 ‘황금률’ 의무화로 재정에 대한 공동 통제도 크게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EU는 협약의 큰 틀에 대해선 회원국들 간의 합의가 이뤄졌으나 부채 과다 국가에 대한 자동제재나 비유로존 협약 가입국에 유로존 정상회담을 개방하는 수준 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신 재정협약은 각국의 균형 재정 달성 의무를 보다 명확하게 규정해 자국 법규에 준수할 의무를 반영토록 한다.
기존 유럽안정·성장 협약(SGP)에는 누적 공공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60%, 당해연도 재정적자는 GDP의 3%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이와 별도로 부채 상환이자 부담이나 경기 침체에 따른 재정수입 감소 등을 감안한 소위 ‘구조적 재정적자’의 경우 GDP의 0.5%까지만 인정된다. 누적 공공부채가 GDP의 60% 미만인 건전 재정국의 경우 구조적 재정적자가 1%까지 인정된다.
독일은 당초 황금률이 회원국 헌법에 반영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다른 나라들의 반대로 이를 접었다.
헌법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개헌안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해 시간이 많이 걸리고 부결될 가능성도 많다는 지적 때문이다.
유럽사법재판소(ECJ)는 협약 가입국이 규정된 건전재정의무 사항 준수를 법규 상으로 보장하는지 여부를 검증할 권한을 갖게 된다.
회원국들은 미준수 국가를 ECJ에 제소할 수 있으며 ECJ가 최종 판정할 경우 해당 국가는 GDP의 0.1%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이 벌금은 오는 7월1일 출범할 유로안정화기구(ESM)의 구제금융기금으로 편입된다.
당초 독일 등은 ECJ에 재정적자나 부채 규정 미준수국에 대한 벌금 부과권도 주려 했으나 프랑스 등이 주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반대해 일단 후퇴했다.
다만 독일은 EU 집행위원회와 ECJ에 회원국 예산안과 재정정책 감독권을 주는 방안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구제금융프로그램을 받은 나라는 물론 위험국가에 대한 재정정책에 EU 집행위가 개입할 권한이 강화된다.
예산안을 사전에 받아 검토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기준을 위반하는 회원국에 대한 제재절차는 자동적으로 시작되고, 해당국은 분명한 채무감축 일정 등을 제시하고 이행해야 한다.
특정국의 당해연도 재정적자 비율이 GDP의 3%가 넘는다고 집행위가 판정하면 벌과금 부과 등 제재절차는 자동적으로 시작된다. 위반국이 끝내 시정하지 않으면 회원국 전체회의에서 제재가 확정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자동제재’ 또는 ‘반자동제재’로도 표현된다.
종전과 달리 신재정협약에선 회원국 85% 이상이 찬성하는 가중다수결로 제재가 결정되기 때문에 제재를 피하기 위해 다른 나라에 로비하는 일이 쉽지 않아진다.
집행위는 물론이고 독일과 네덜란드는 당초 이러한 자동제재 원칙을 재정적자 위반국 뿐만 아니라 GDP의 60%가 넘는 공공부채 과다국가에도 적용하려 했으나 빚이 많은 이탈리아 등이 이에 반대해 이번 회담에서 타결돼야 한다.
신 재정협약 초안에는 17개 회원국으로 이뤄진 유로존이 “연간 최소 2회의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와 별도로 비유로존이면서 협약에 가입한 나라의 정상들을 “연간 최소 1회 초청해 함께 회의한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그러나 비유로존 국가인 폴란드는 자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들이 내려질 모든 회의에 비유로존 국가들도 참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으나 프랑스는 이에 반대하고 있다.
신 재정협약은 영국의 반대 때문에 기존 EU 조약을 개정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국가 정부 간의 협약으로 체결된다.
EU는 이번 특별정상회담에서 최종안을 타결해 정례 정상회담에서 서명할 계획을 세웠다.
유로존 17개국과 영국을 제외한 비유로존 9개국이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약의 발효는 조약 비준국이 12개국을 넘어야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