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육감 휴가 중 조례 공포 지시…교과부 “대법원 제소·곽 교육감 고발 등 법적대응할 것”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정책 가운데 하나인 ‘서울 학생인권조례안’이 진통 끝에 26일 공포된다. 이로써 임신 또는 출산, 동성애 차별 금지, 교내 집회 허용, 두발·복장 자율화 등의 내용이 담긴 학생인권조례는 올해 3월부터 서울 지역 모든 초·중·고등학교에서 시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해온 교육과학기술부가 대법원에 제소하는 등의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교과부와 시교육청 간의 갈등이 한층 심화되고 보수 단체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진통이 한층 더 심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공포되기까지 = 임신 또는 출산, 동성애 차별 금지, 교내 집회 허용, 두발·복장 자율화 등의 조항을 담고 있는 학생인권조례는 곽노현 교육감의 핵심 정책이다. 곽 교육감이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와중에도 학생인권조례 만큼은 반드시 공포될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당부했을 정도다.
몇 가지 민감한 조항으로 논란이 일었지만 지난달 19일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서울 학생인권조례 주민발의안 재심의를 열고 찬성 8명, 반대 6명, 기권 1명으로 서울 학생인권조례안 수정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자 이대영 부교육감은 곽 교육감이 수감된 틈을 타 시의회에 학생인권조례안 재의(再議)를 신청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육감의 인사권 및 정책결정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고 사회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조항이 있어 학교 현장에서 교원들의 교육활동에 혼선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재의 신청 기간 중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 기소됐던 곽 교육감이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석방, 바로 업무에 복귀하면서 논란은 다시 원점이 됐다.
곽 교육감은 시의회를 방문해 자신이 구속 수감돼 있는 동안 이대영 부교육감이 권한대행 자격으로 지난 9일 제출한 학생인권조례 재의 요구서를 철회했다. 곽 교육감은 설 연휴를 포함해 25∼27일 사흘간 휴가를 낸 상태지만 휴가 기간 조례 공포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의회는 학생인권조례안에 대한 시교육청의 재의 요구 철회 요청을 수용하는 공문을 25일 시교육청으로 이송했다. 시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안을 26일 공포하기로 하고 이날 서울 시보에 게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시교육청은 곽 교육감 지시에 따라 교권 보호 방안에 대한 내용을 조례 수준으로 만들어 3월 개학 이전에 일선 학교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려고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적 대응 나선 교과부…교육청과 정면 충돌 = 시교육청의 이러한 움직임에 맞서 교과부는 대법원 제소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어 교과부와 시교육청이 정면 충돌하게 됐다.
이에 따라 곽 교육감 정책에 사사건건 제동을 걸어온 교과부와 시교육청의 대립이 극에 치달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교육자치법상 교과부 장관은 시도 의회의 재의결 사항이 법령에 위반되거나 공익을 현저히 저해한다고 판단될 때는 직접 대법원에 제소할 수 있다. 이때 조례의 집행을 막는 집행정지 결정을 신청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곽 교육감이 조례를 공포하는 즉시 이의 무효·취소 소송을 제기하는 동시에 조례의 효력이나 집행을 정지해달라고 대법원에 신청할 예정이다.
다만 이런 경우 시교육청의 철회가 법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시의회의 철회 동의 과정에 절차적 하자는 없는 것인지, 학생인권조례 공포 과정을 재의결로 보고 제소할 수 있는 것인지 등 여러 법률적 쟁점을 놓고 공방이 예상된다.
조례 무효·취소 소송이 받아들여질 경우 대법원의 단심 재판으로 끝나며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일지에 대한 결론은 다음달 초·중순께 내려질 가능성이 크다. 본안 소송의 경우 집행정지 신청보다는 늦게 결론이 날 전망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한 조례 등의 적용을 놓고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대법원에 제소한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교과부는 조례 시행과 별도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거나 곽 교육감에 대해 직무이행 명령을 내리고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형사 고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