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주요국 신용등급 강등의 영향은 작았다.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는 모두 반등에 성공했다. 악재가 선반영된 상태라는 해석, LTRO(장기대출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 중국 경제성장률 상승이라는 호재 등 분석은 다양하지만 서서히 투자심리가 풀리고 있다는 데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박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발표된 후 코스피가 장중 7% 넘게 폭락하며 패닉장세를 보였던 때와는 달리 금번 유로존 신용등급 강등은 이미 지난해 12월부터 예고됐다”며 “이에 따라 증시가 일정부분 심리적인 내성을 키워오며 악재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는 점에서 두 사건의 직접적인 비교는 어폐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그는 본질적으로는 “악재의 선반영이 아닌 호재의 확인”이라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지난 12월 개시된 LTRO는 ECB가 5000억유로 규모의 유동성을 1%의 저금리로 은행권에 대출해주는, 사실상 양적완화에 준하는 정책”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은행들이 이 자금으로 위기국의 채권을 매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로 정책의 효과에 대해 다소 과소평가했던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LTRO의 시행을 기점으로 위기국 국채를 중심으로 발행금리가 하락하는 모습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LTRO는 처음 계획된 목표, 즉 위기국 국채 금리 안정을 통한 은행권 유동성 경색 차단에 충분히 복무했다”고 평가했다.
송경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무디스가 프랑스와 EFSF에 대한 최고등급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피치 역시 EFSF의 신용등급을 유지하며 악재의 강도가 제한된 데다, 프랑스가 85억9000만유로 규모의 단기국채 발행에 성공한 점이 투자심리의 빠른 개선을 이끈 것”으로 판단했다.
또 “중국의 지난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8.9%를 기록하며 예상치인 8.7%를 상회한 점도 시장 반등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비록 4분기 GDP 성장률이 지난 2009년 2분기 이후 처음으로 8%대로 주저앉았지만, 중국의 경착륙 우려를 크게 덜어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박스권 상향을 조심스럽게 점쳐보는 상황이다.
박종민 연구원은 “코스피는 1800선의 강한 지지력을 재확인한 데 이어, 기존 박스권도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모습”이라며 “그러나 여전히 산재된 유럽발 불확실성과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중동발 리스크 등이 추세적 상승을 더디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섣부른 예측보다는 박스권 전략에 따른 밴드 상단에서의 분할 매도 접근이 여전히 유효할 것”이라며 “추세적 상승이 시작되더라도 주도업종이 부각되는 시장의 질적 변화가 동반될 것이어서, 보유 종목 리밸런싱을 위해서도 현금 확보는 필수적”이라고 조언했다.
송경근 연구원도 “유럽 국가들의 신용등급 하락으로 위축됐던 투자심리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국내 증시도 한 고비를 넘기고 지수 레벨업의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코스피 중단기 이동평균선이 상승반전하며 60일, 120일 이동평균선의 돌파 및 안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대형주의 상승세와 거래부진 탈피 기대감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추가적인 지수 상승을 예고하는 시그널들이 늘어나고 있어 당분간 긍정적인 장세접근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대형주의 레벨업 시도를 주목할 것”을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