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지난 10월8일 남겼다는 유언의 형식과 내용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를 근거로 북한 정권이 김정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 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했다고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북한은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열어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군 최고사령관에 추대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김정은 부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 근거로 '10월8일 유훈'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난 10월8일 전후의 김 위원장의 공식활동은 조선중앙통신이 4일 전한 단천항 건설장 등 함경남도의 사업장 3곳 현지지도와 10일 전한 평양 시내의 태양열설비센터와 양묘장 현지지도가 전부다.
이 시기에 노동당 등의 회의가 열렸다는 보도가 없었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의 '10월8일 유훈'은 북한 핵심지도부 일부만 참석하는 회의에서 나왔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주목할 대목은 10월8일이 토요일이라는 점.
김 위원장은 주로 금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 열리는 비밀파티에 측근실세들을 초청해 음주를 즐기면서도 주요 현안을 자주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북한은 이 자리에서 나온 각종 현안에 대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정리해 김 위원장이 노동당 조직지도부나 선전선동부, 국방위원회 등의 '책임일꾼들과 한 담화'라는 형식으로 노작 단행본을 발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사실로 미뤄볼 때 김 위원장은 당 창건기념일을 앞두고 당·정·군 고위간부들이 참석하는 파티를 열고 이곳에서 나이 어린 후계자 김정은의 미래를 부탁하면서 자신의 사후 권력의 운용방안에 대해 이야기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 위원장이 뇌졸중으로 쓰러지고 난 뒤 허약해진 자신의 건강상태를 깨닫고 이날(10·8)뿐 아니라 평소에 자주 당·정·군 고위간부들을 불러 후계체제에 대해 당부를 한 것으로 짐작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자리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후에 대한 로드맵도 논의됐을 개연성도 있다.
장례기간에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대장 계급장의 군복을 입고 갑작스레 등장하고, 김 부위원장을 군 최고사령관으로 추대하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는 북한 권부의 모습에서 이미 준비된 정치적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다.
특히 대장계급장을 단 장 부위원장의 등장은 군 경력이 전무한 그가 군부 영향력이 큰 상황에서 김 위원장 생전에 이미 재가를 받지 않았다면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이 김 부위원장의 세습체제 안정에 김 위원장의 정치적 권위를 이용하기 위해 '10월8일 유훈'을 만들어냈을 개연성도 조심스레 제기한다.
북한의 지도부가 김 위원장의 유훈을 만들어냄으로써 김 위원장에서 김 부위원장으로 이어지는 세습구도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