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라면시장 왕좌 '흔들'…자체 할인행사 않던 관행 깨고 시장 방어 나서나
“1986년 농심이 신라면을 출시하고 업계 1위 삼양식품을 권좌에서 끌어내린 역사가 재연되지 말라는 법도 없습니다”
라면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백색 국물로 무장한 꼬꼬면, 나가사키짬뽕 등 2011년 하반기 태어난 신생라면들의 돌풍을 이렇게 표현했다. 라면 판매 톱10 순위에서 신라면을 필두로 너구리, 안성탕면 등 농심의 1980년대생 장수 브랜드들이 20년간 상위권을 독차지하고 있었지만 꼬꼬면 나가사키 짬뽕 등 ‘신인’들의 기세에 제대로 체면을 구기고 있는 것이다.
한국야쿠르트의 꼬꼬면은 출시 100일 만에 4500만개가 팔려나갔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서 공장 신축과 생산라인 증설 등에 힘입어 공급량을 대폭 늘리면 지난해 2억1100만개가 판매됐던 농심 안성탕면을 누르고 2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는게 업계의 전망이다.
한국야쿠르트는 꼬꼬면의 원활한 공급을 위해 전남 나주에 1달에 약 1830만개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신축하며 라면 판매순위 2위 안성탕면과 1위 신라면을 동시에 정조준했다. 7월 출시 후 9월 900만개, 10월 1400만개로 늘고 있는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도 대형마트 라면 판매 순위에서 2위에 오르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라면시장 부동의 1위 신라면을 판매하고 있는 농심은 겉으로는 아직까지 크게 동요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라면업계 꼴찌였던 한국야쿠르트가 순식간에 3위로 치고 올라오고 내년에 2위에 오를 수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자 긴장한 표정을 완전히 감추지는 못했다. 농심 관계자는 “꼬꼬면이 출시된 지 석달 정도 지났는데 이런 추세가 계속될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꼬꼬면이 대형유통업체들에게 납품 가격을 신라면급으로 대폭 인상해달라는 소식을 전해듣자 “아직 공급이 원활치 않다”며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꼬꼬면이 신라면을 제치는 징후로 대형마트가 아닌 신라면이 자체적으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시작하는 지점을 꼽았다. 역설적이게도 신라면이 많이 팔리는 게 오히려 꼬꼬면에게 바짝 추격당하고 있다는 신호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라면은 출시후 여태까지 거의 할인행사를 하지 않았다”며 “만약 끼워팔기, ‘1+1’ 등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하게 되면 한달 1억개 정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라면은 지난해 4억4700만개를 팔아 27% 정도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 관계자는 “신라면은 전국민이 한달에 1봉 정도를 먹는 양을 생산할 정도로 빅 브랜드”라며 “(꼬꼬면이) 신라면을 단기간 넘어서긴 힘들겠지만 판매 확대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