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하루 지난 11일 가채점을 마친 수험생 가운데 상당수는 점수가 생각보다 안 나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려웠던 지난해 수능보다는 쉽게 출제됐지만 출제당국이 예상한 만큼 점수가 오르지는 않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날 오전 서울 동작구 수도여고와 용산구 중경고의 3학년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모여 전날 친 수능시험 점수를 확인해보고 있었다.
각자 적어온 답으로 가채점을 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결과에 따라 밝은 표정부터 무덤덤한 표정, 어두운 표정 등 다양했다. 교실 밖으로 나가 눈물을 보여 친구들로부터 위로를 받는 학생도 있었다.
가채점을 마친 학생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외국어영역은 쉬운 반면 언어영역과 수리영역 가형이 어려웠다는 평이 많았다.
언어영역은 비문학 지문이 어려웠다는 의견이 많았고 수리영역은 마지막 30번 문제(가·나형 공통)가 너무 어려웠다고 학생들이 입을 모았다.
수도여고 이과반 정모(18)양은 “어제 풀었을 때와는 달리 채점해보고 나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생각보다 틀린 문제가 많았다”고 말했다.
평소 수리 1등급을 받았다는 정양은 “수리 가형이 확실히 어려웠다. 평소보다 더 틀린 것 같다. 오전에 너무 정신을 쏟아 진이 빠지다 보니 오후에 탐구영역도 그다지 잘 보지 못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수도여고에서 평소 전교 1~2등을 다툰다는 문과반 이다원(18)양은 “수리 30번 문제가 정말 어려웠다. 다른 문제를 미리 다 풀고서 30분 정도 고민한 끝에 풀어 겨우 맞았다”고 했다.
언어영역은 문·이과 구분없이 비교적 어려웠다는 평이 많았다.
평소 1~2등급을 받는다는 여다영(18)양은 “언어가 아주 어려웠다고 할 수는 없지만 외국어가 쉬운 데 비해서는 난이도가 높았다. 특히 청각기관을 다룬 비문학 지문이 난해했다”고 말했다.
중위권 박조은(18)양은 “언어는 EBS에서 나온 지문이 많아 비문학 지문을 빼고는 체감 난이도가 크게 어렵지 않은 듯했는데 막상 채점해 보니 꼬아놓은 문제가 많았다”고 했다.
외국어영역은 쉽다는 평이 많았지만 오히려 이 때문에 등급컷이 올라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중경고에서 중상위권을 유지한다는 최선아(18)양은 “외국어가 너무 쉬워 등급컷이 걱정된다. 보통 1등급 컷이 93~94점대였는데 어제밤 입시학원 예상 등급컷을 보니 98점까지로 전망한 것도 있었다”고 푸념했다.
중경고에서 상위권인 김지원(18)양도 “외국어는 쉬웠지만 다른 과목은 어려워 가채점 결과도 원점수가 생각했던 것보다 내려갔다. 언론에서는 계속 쉬웠다고 나와 TV가 원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수도여고 3학년 담임 이승아(31.여) 교사는 “입시기관에서는 계속 쉬웠다고 발표하는데 가채점 결과를 얼핏 보니 그리 쉽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며 “실제 성적표가 나오면 과연 현재 예상대로 나올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최상위권은 변동이 크지 않고 중하위권 학생은 점수가 다소 오른 듯하다”고 덧붙였다.
중경고 3학년 담임 서은숙(50.여) 교사는 “여기저기서 쉬웠다고 하는데 평소 실력보다 못 봤다는 아이가 많았다. 실망하는 아이들을 보니 안타깝다”고 했다.
대다수 고등학교의 3학년생들은 다음주부터 마지막 기말고사에 돌입한다. 수능 이후에도 수시 2차 일정이 바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