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기부는 순이익 떼어내 기부하는것”

입력 2011-10-1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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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최부자’종손 최염 중앙종친회장

내년 백산무역 세운 할아버지 자서전 출간

최근 사회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성장의 과실을 소외계층과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과거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경주 최부자 일가가 재조명받고 있다. 10일 서울 종로구 운니동 종친회 사무실서 만난 최부자 가문의 종손 최염(79) 경주최씨 중앙종친회장은 “회사의 순이익 중 일부를 떼서 기부하는 것이 진정한 기부” 라며 최근 재벌들의 기부에 대해 지적했다.

경주 최씨 집안이 부자가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 회장의 10대조인 최국선씨는 소작을 주고 장리(곡식을 빌려주고 이자를 쳐서 받는 것) 등으로 재산을 늘려나갔다. 농사를 직파법에서 이앙법으로 과감히 전환한 것도 곳간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됐다. 최 씨는 빌려준 곡식이 제대로 상환되지 않자 처음엔 임차인들이 괘씸했지만 이웃들이 굶어죽는 광경을 보고 ‘혼자 부자로 지내도 마음은 편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이에 최 씨는 장리문서를 불태우고 소작료를 70%에서 50%으로 낮췄다. 최 회장은“이후 최부자가 논을 사면 모든 소작인들이 박수를 쳤다”며 “부를 비우니 더 큰 부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의 할아버지인 최준은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에 가담하며 가문을 더욱 빛냈다. 그는 “할아버지께서 만석꾼을 포기하고 독립운동 자금을 대기 위해 백산 무역을 설립한 것이 완전한 기부였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최 회장은 현재 할아버지를 대신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자서전을 집필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에 출간될 예정이다.

최 부잣집을 지탱하는 두 기둥은 집안을 다스리는 제가(齊家)의 가훈 ‘육훈(六訓)’과 자신의 몸을 닦는 수신(修身)의 가훈 ‘육연(六然)’이다.

육연은 자처초연(自處超然·스스로 초연하게 지낸다),대인애연(對人靄然·남에게는 온화하게 대한다),무사징연(無事澄然·일이 없을 때는 마음을 맑게 가진다),유사감연(有事敢然·유사시에는 용감하게 대처한다),득의담연(得意淡然·뜻을 얻었을 때는 담담하게 행동한다),실의태연(失意泰然·실의에 빠졌을 때는 태연하게 행동한다) 등이다. 육훈은 ‘만석 이상 하지마라, 흉년에 논을 사지마라, 진사 이상 하지마라, 백리 안에 굶어 죽는 이가 없도록 하라, 며느리가 들어오면 3년 동안 무명 옷을 입혀라, 과객을 후하게 대하라’ 등이다. 경주 최부자 집안이 300년간 소외 계층의 지지 속에 부와 명예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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